[아주경제 논설실] 공자가 와서, 요즘 한반도 외교판을 둘러본다면

2018-10-11 10:27

2018년 10월11일자 ‘생각의 힘’ 아주경제 논설실. 저는 이상국 논설실장입니다. 오늘은 곽영길 칼럼 ‘맹자가 와서, 요즘 한반도 외교판을 둘러본다면’과 이승재 증권부기자의 칼럼 ‘2년짜리 국민연금 CIO'를 한번 음미해보겠습니다.

곽영길 칼럼은 최근 더욱 격동하는, 한반도를 둘러싼 4강과 남북한의 외교를 ‘맹자 외교론’과 비교하며 곱씹은 글입니다. 맹자는 양혜왕편에서 작은 나라와 큰 나라의 외교를 구분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대하는 것은 하늘의 태평함을 즐기는 것처럼 해야 하며,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대하는 것은 하늘의 삼엄함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 하늘의 태평함을 즐기면, 세상을 보전할 수 있고, 하늘의 삼엄함을 두려워하면 한 나라를 보전할 수 있다. (以大事小者,樂天者也 以小事大者,畏天者也。樂天者保天下,畏天者保其國(이대사소자 낙천자야 이소사대자 외천자야 낙천자보천하 외천자보기국)).

맹자는 대국의 경우 하늘같은 태평함을 즐겨야 하고, 소국은 하늘같은 삼엄함을 두려워해야 한다. 양쪽 다 공평무사하다는 것은 같으나, 대국의 경우 관대함의 미덕이 중요시되고 소국의 경우 신중함의 미덕이 필요하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최근의 미-중-러 같은 대국의 행태를 맹자가 와서 보면 뭐라고 했을까. 필자는 이렇게 묻습니다.

미국은 트럼프의 경제국익 우선주의로 대국의 면모를 잃고 있고, 중국은 사드나 정치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태도가 역시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남북한 전쟁을 틈타 자국의 외교적 이익을 챙긴 혐의가 있고요. 이들이 대국의 관대함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고,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어르렁거리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외교를 해야 하는가. 저 맹자의 말을 맹신해서 오로지 강대국의 눈치만 보는 외교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저들의 국익외교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투철하게 실리는 챙겨야 하겠지만, 한반도 미래를 만들어낼 비전을 만들어낼 실사구시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필자는 강조합니다. 영화 속의 안시성 전투처럼, 온국민의 결속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 내부를 들여다 보면 적전분열이라 할만큼 극심한 말들의 공방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북핵과 미중무역전쟁 등 중차대한 일들이 현재 진행형으로 급박한데도 상대를 제압하고 자신들의 당파적 이익을 위해 혹은 개인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얻기 위해 품격없이 혀들을 놀리고 있으니, 이야말로 입으로 만드는 죄, 즉 구업을 쌓고 있는 게 아니냐고 묻습니다. 필자는 기본, 원칙, 상식의 정치가 통하는 나라라야, 기본, 원칙, 상식의 외교도 가능하다면서, 자기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합니다.

이승재 기자의 ‘2년짜리 국민연금 CIO'는 15개월째 공석이던 기금운용본부장을 새로 뽑은 국민연금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640조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이 중요한 미션을 맡은 분은 안효준 전 BNK금융지주 사장입니다. 그런데 그가 일할 수 있는 임기는 길어야 3년입니다. 이런 짧은 임기 동안에 과연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기자는 묻고 있습니다. 저평가된 자산을 찾아 장기보유하는 가치투자를 할 수 있을까요. 재직 동안 사고만 안내려는 안전빵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이런 임기의 자리를 줘놓고,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가깝죠. 국민연금을 평가하려면 10년을 내다보는 투자 역량을 봐야 하는데, 2-3년 짜리 본부장에게 그걸 바라는 건 하루살이에게 내년 봄을 예측하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네요. 공적연금을 담당하는 미국의 의장은 10년째 일하고 있고, 캐나다는 8년째 재직중이라는 사실. 이 비교만으로도 큰 울림이 있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