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조세저항·국민합의·헌법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2018-10-09 15:06
“재산세·지방재정 제도·평가체계 개편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
노인층 반발 클듯…국민합의 필요
노인층 반발 클듯…국민합의 필요
여권과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토지공개념' 논의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법제도화돼 현실에 적용되려면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에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실현가능하다면 하면 되고 하면 실현된다. 전국 단위로 시행하기 어렵다면 경기도 등 자치단체들이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주면 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토론회’에서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국민의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도입하면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보유한 개인과 법인이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해 부동산 소유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고, 국토보유세를 통해 거둬들인 세금을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면 소득 분배 효과도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에서는 현실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박상순 한국지방세연구원 과표연구센터장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도입하면 “재산세·지방재정제도·평가체계 개편 등이 종합적으로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토지와 건축물을 일체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 공시가격을 토지 가격과 건축물 가격으로 나누려면 부동산 평가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 또 토지용도별 차등과세를 폐지하면 대규모 토지 사용이 불가피한 공장과 농지 등에서 세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
조세저항도 우려된다. 국토보유세 도입에 의한 세수 순증은 약 15조5000억원으로 2016년 기준 재산세액(10조2000억원)의 1.52배 수준에 달한다. 남 센터장은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를 현행대로 유지하면 “납세자는 국토보유세와 재산세를 이중과세로 여겨 납세자의 조세 수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납세자의 수용성을 높이려면 국토보유세 도입 시 재산세 개편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대갈등도 문제다. 소득흐름과 재산규모가 불일치하는 60세 이상의 고령세대에서 조세저항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도 이를 의식한 듯 “가구수가 아닌 개인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토지를 보유한 사람이 몇 %이고 토지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몇 %인지를 통해 현장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 다수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에 동의하더라도 헌법소원, 소송 등의 모습으로 조세저항이 나타날 수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승철 변호사는 “종합부동산세법 역시 국민 다수가 반대한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한 것이다. 단 1명을 제외한 전 국민이 찬성하더라도 한명의 기본권이 침해되면 위헌결정을 하는 게 헌법재판제도이기 때문에 국토보유세 도입으로 손해 보는 사람이 소수라고 해서 안심할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11월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과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국토보유세 도입이 미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분석할 뿐만 아니라 도입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세대갈등 등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향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시지가와 공시가격 현실화를 비롯해 분양원가 공개 등 토지공개념 차원의 제도 도입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엽 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대형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가의 약 20%에 달하는 막대한 폭리를 이득으로 얻는다는 추정이 있다. 원가 공개를 통해 폭리를 밝혀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현실화해 부동산 과세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불평등한 부동산가격공시제도를 바로잡는 것이 실질적인 부동산 개혁의 시작이고 공평과세의 기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