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rd BIFF] 강한 여성, 부드러운 남성 '초연'…관금붕 감독 '젠더'를 뒤집다(종합)

2018-10-05 17:14

'초연'의 주인공들[사진=연합뉴스 제공]

(=부산) 시기, 질투, 공감, 연대…. 인간 내면에 숨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아시아 거장 감독 관금붕이 새롭게 내놓은 신작 ‘초연’의 주인공들이 한국을 찾았다.

10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문화홀에서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 ‘초연’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관금붕 감독을 비롯해 홍콩 배우 엔지 치우, 정수문, 량용치, 바이바이 허가 참석했다.

동시대 거장감독들의 신작 및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화제작을 상영하는 섹션인 갈라프레젠테이션 상영작 ‘초연’은 과거 라이벌 관계였던 두 여배우가 연극 ‘두 자매’의 주인공으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홍콩의 거장 관금붕이 오랜만에 발표한 신작으로 섬세하면서도 완숙한 연출력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홍콩·대만·마카오 및 중국에서 활약하는 유명 배우 엔지 자우는 “이번 작품으로 BIFF에 처음 오게 되었다. 부산은 참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다. BIFF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다. BIFF는 잘 자리 잡은 영화제다. 이번 참석으로 여러 나라 영화인들과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부산을 방문한 소감을 전했다.

영화 ‘장한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작에 올랐던 배우 정수문은 “십 몇 년 전 BIFF를 찾은 적이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올 수 있어서 기쁘다. 당시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부담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오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오게 되었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양조위·유덕화·주성치 등 쟁쟁한 배우와 함께 열연해온 량융치는 “처음으로 BIFF에 참석하게 됐다. 한국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기쁘게 생각한다. ‘초연’은 배우들과 함께 즐겁게 만든 작품이다. 자랑스러운 작품을 BIFF를 통해 관객에게 소개하게 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인사했다.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아적청춘수주주’ 등에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는 바이바이 허는 “부산이라는 도시에 첫 방문해 기쁘다. 서울에는 영화 홍보차 간 적이 있는데, BIFF로 부산에 오게되어 영광이다. 영화에 대해 교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부산은 문화적 느낌이 충만, 서울과 다른 도시 같다”고 거들었다.

'초연'의 배우들[사진=연합뉴스 제공]


영화 ‘초연’은 여성 캐릭터들을 강하게 표현, 동시에 남성성이 배제된 남자 캐릭터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에 관금붕 감독은 “남성을 전형적으로 그리지 않는 건 저의 전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늘 여성들을 강하게, 남자들을 부드럽게 표현한다. 극 중 감독은 트렌스젠더로 나오는데 저의 친구들은 영화를 보고 ‘너도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이냐’고 묻는다. 저는 ‘그래도 남자로 살겠다’고 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성적이고 민감한 부분이 있다. 스스로를 자웅동체로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자매’라는 연극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초연’은 전체 앙상블을 아우르는 관금붕 감독의 세밀한 연출이 돋보인다.

관금붕 감독은 “극 중 인물 관계를 고려해 설정했다. ‘초연’은 여성들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홍콩시티홀 대극장이라는 장소도 중요하다. 그곳은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소다. 연극, 영화제 등을 보았던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먼저 홍콩시티홀 대극장이라는 곳을 설정하고 나니 연극배우와 영화배우라는 인물 관계가 떠올랐다. 홍콩시티홀 대극장은 영화 속 중요 장치인데 그만큼 인물 간의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극 중 여배우들은 다양하고 복잡한 심리를 겪는다. 경쟁을 벌이는 이들은 시기, 질투에 사로잡히고 이후에는 자매로 연결되며 인간애를 느낀다. 사실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만큼, 실제로도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상대가 있는지 물었다.

이에 정수문은 “라이벌은 타인이 아닌 마음 속 자신이다. 실력이라는 건 제 안의 어떤 것을 초월, 극복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극 초반 라이벌 관계로 나오는 것이 주를 이루지만 영화는 여배우의 숨겨진 아픔, 상처를 보여주고 이해하는 과정을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랑용치는 “저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암투가 나오지만 작업하는 과정에서는 즐거웠고 현장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자신을 초월하는 것은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 자신에게 도전, 초월해야한다고 본다”며 라이벌로 자기 자신을 꼽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4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영화의 전당,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등 부산 일대에서 79개국 323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월드 프리미어는 115편(장편 85편, 단편 30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5편(장편 24편, 단편 1편)이며 개막작은 ‘뷰티풀 데이즈’, 폐막작은 홍콩 정통무술영화 ‘엽문’ 시리즈의 스핀오프 버전인 ‘엽문 외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