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스마트폰 사업 ‘심상치 않다’... "전환점 놓치면 끌려다니게 될것"
2018-10-05 08:58
세계 1위 한국 스마트폰 사업이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 스마트폰 업계 2위의 LG전자가 3년 가까이 부진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1위인 삼성전자도 최근 판매량이 급감하며 ‘적신호’가 켜진 모양새다. 반면 화웨이, 오포, 비포 등 중국 업체들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 속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3분기 실적도 ‘저조’... 부진 늪 빠지나
5일 스마트폰 부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사용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만큼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모바일 AP를 공급하는 한 협력사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모바일 AP의 공급량이 지난해 대비 절반도 안 된다”며 “LG전자의 경우 많은 양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이마저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근 실적이 방증하고 있다. 이날 잠적 실적 발표한 삼성전자의 경우 IM(IT모바일)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가 약 2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직전 분기(2조6700억원)보다 20%가량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290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36.2%가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IM 부문은 지난 2분기에도 저조한 실적을 내며, 이 회사의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 경신 행진의 발목을 잡은 바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2분기 IM 부문 영업이익은 2조67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2% 줄어든 수준이다.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LG전자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 역시 올해 3분기 15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7억원의 반짝 영업이익을 낸 이후 7개 분기째 적자 행진이다. 이 당시에도 액세서리용 전자제품을 담당하는 사업부(컴패니언 디바이스)가 기타 부문에서 MC 사업본부 산하로 포함되면서 사후 흑자 처리된 것이다. 작년 1분기를 영업손실로 치면 올해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인 셈이다.
◆더 이상 쓸 카드 없다
이 같은 부진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판도 변화를 위해 쓸 만한 카드는 다 썼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의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중저가 라인의 강화를 통해 미국의 애플과 중국의 업체들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출시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9’의 경우 경쟁사 제품과의 차별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S펜’의 기능 등을 대폭 강화했다. 블루투스를 통해 TV를 제어하는 등 가전제품과 연동되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제어하는 리모컨 기능도 접목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예상보다 저조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갤럭시A8 스타’와 ‘갤럭시A6’, ‘갤럭시J6’을 비롯해 중저가 라인도 늘렸으나, 이들 제품의 주력 판매 시장인 동남아 등지에서 중국을 따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LG전자의 경우에는 조성진 부회장까지 나서 연초부터 MC 사업 본부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는 지난 4월 서울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 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 현판식에 참석해 “LG전자 스마트폰은 믿고 오래 쓸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주자”며 스마트폰의 경쟁력 강화를 다짐한 바 있다. 올해 그룹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던 당시 현판식에서도 스마트폰의 변화를 강조하며, 그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말뿐이 아니었다. LG전자는 올해 자사 상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 시리즈’의 출시 시기도 3월에서 5월로 2개월가량 늦추고, AI(인공지능)를 적용해 변화를 꾀했다. 특히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업그레이드에도 나섰다. 마케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G7 씽큐’ 출시와 함께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광고 모델로 선정하고 관련 마케팅을 펼쳤다.
반면에 중국업체들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화웨이의 출하량은 5400만대로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그간 2위였던 애플은 4130만대를 기록하면서 3위로 추락했다. 삼성은 7300만대로 1위를 수성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과 점유율은 각각 10.1%, 1.7%포인트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기할 수 없는 스마트폰 사업을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올해 3분기도 또 다시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5G·폴더블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점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하면 결국 경쟁업체들에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