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대' 미스터션샤인이 보여준 새로운 한류 수출 방식
2018-10-03 10:53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한국 가수를 꼽는다면 방탄소년단이라 대답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의 유명세와 영향력은 한류를 뛰어넘었다고 표현될 정도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중 눈여겨볼 지점은 그들의 매력과 실력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한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칼군무와 노래 실력을 알려주는 건 기본이다. 소셜미디어는 방탄소년단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콘텐츠’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전 세계 팬에게 전달해줬다.
실제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아티스트 상을 받으며 전 세계 화제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는 기본이고 소셜미디어 같은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 시대다.
한국 콘텐츠가 해외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신성장 산업의 주요 동력으로 콘텐츠 산업 육성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한국의 음악이나 스낵용 콘텐츠는 유튜브 등의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 노출된다.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비밀의 숲, 화유기 등은 넷플릭스로 전 세계에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190여 개국에 1억 3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글로벌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다. 천계영 작가의 인기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콘텐츠는 각 나라의 언어에 맞는 자막이 입혀져서 공개된다.
9월 27일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글로벌미디어 기업의 국내 진출과 미디어 시장 환경 변화 세미나’에서 홍석경 서울대학교 교수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사용되는 유머는 지극히 동시대적이고 탈한국적이며 서구적으로 과장된 연기에 기대고 있다"며 "역사적 현실에 대한 어떤 해석도 유보하는 이 드라마는 철저하게 스펙터클에 봉사함으로써 역사적 왜곡과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모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 션샤인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를 염두하고 제작한 콘텐츠라는 설명이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대만과 일본을 제외하고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로 공개됐다. 정해인 열풍을 해외에서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 비교적 덜 알려졌던 배우가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인기를 얻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 효과를 제대로 봤다. 지난 6월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스터션샤인’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단일판매 공급계약 체결의 공시 기준을 고려할 때 작년 매출액인 2,867억원의 10%인 290억 원 이상일 것”이라며 “아직 중국 수출이 재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 콘텐츠, 단일 플랫폼 판매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분석했다.
이전에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접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우 한국 혹은 아시아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특정 웹사이트나 채널에 접속해야 했다. 예를 들어, 아시아 TV 드라마와 영화를 보기 위해 비키(Viki)를 사용하거나 아시안 크런치(Asian Crunch)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KBS 방송을 해외에서 시청하려면 KBS 월드 채널을 이용해야 했다. 작은 콘텐츠 제작사가 세계 시장 판로의 문을 뚫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영상 플랫폼이 등장해 한국 콘텐츠의 세계 시장 진출이 다양해졌다. 한국 콘텐츠뿐 아니라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콘텐츠에라도 적용되는 지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이나 영국 등 이미 잘 알려진 주류 시장의 콘텐츠뿐 아니라 콜롬비아에서 제작한 나르코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대만 드라마 유성화원 등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가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에 공개됐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문화와 취향이 담긴 콘텐츠를 손쉽게 소비하면서 콘텐츠 시장의 국가와 언어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실제 넷플릭스 상에선 특정 콘텐츠가 어느 국가에서 만들어졌는지는 더는 중요하지 않다. 회원의 취향에 맞는 스토리라면 추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적절한 콘텐츠를 회원 앞에 가져다준다.
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는 여러 방법이 있었다. 음악 콘텐츠의 경우 음반에서 음원으로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큰 혼란을 겪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 사랑을 받게 됐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전 세계에 한국 콘텐츠를 선보인다. 인기 또한 얻고 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생존방식을 뒤엎고 있다. 이제 콘텐츠 소비방식과 유통방식은 간단해졌으며, 이용자 반응은 실시간으로 수집된다. 영상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구조는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이 만들었다. 지 애널리스트는 “구조적인 한국 드라마의 해외판권가격 상승과 우호적인 환경 변화에 따른 제작사(스튜디오드래곤)의 장기간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