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집무실 복도에 걸린 김구 글씨 '踏雪野中去'

2018-10-01 17:20
문 대통령 "뜻이 좋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다 복도에 새로 걸린 백범 김구 선생 초상과 김구 선생이 직접 쓴 글을 살펴보고 있다. 초상은 쌀을 비롯한 콩, 팥 등 다양한 곡식을 이용해 유명인사들의 초상을 제작한 이동재 작가가 만든 것으로 백범 김구 선생 초상은 아크릴로 채색된 캔버스 위에 쌀을 한 톨씩 붙여서 만들었다. 오른쪽은 백범 김구 선생이 직접 쓴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로 유가족이 기증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복도에 백범 김구 선생의 글씨와 존영이 나란히 게시됐다.

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리기 전 참석자들은 회의실 앞 복도에 걸린 백범 김구 선생의 글씨와 존영을 보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문 대통령은 회의 시작 시각에 맞춰 회의실로 향하다가 벽에 걸린 김구 선생의 글씨 액자 앞에 멈춰 서서 글씨를 유심히 감상했다.

백범이 서거 한 해 전인 1948년에 남긴 작품인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로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내리는 벌판 한 가운데를 걸을 때라도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켜 공을 세운 서산대사의 글귀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 글씨가 걸려 있던 곳에는 호랑이 그림이 걸려 있었으나 청와대 내 작품을 교체할 시기가 되자 직접 문 대통령이 김구 선생의 글씨를 걸자고 했다고 한다.

글씨는 김구 선생의 유족이 기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범 선생의 친필 작품은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23~27일) 중에 설치돼, 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실로 가는 길에 처음 본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구 선생의 글씨를 고른 이유를 묻자 문 대통령은 "뜻이 좋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한 뒤 "저 글씨는 마곡사에도 걸려 있습디다"라고 말했다.

마곡사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참가한 일본인 장교를 살해해 옥살이하다 탈옥한 뒤 출가했던 절이다.

문 대통령과 함께 글씨를 보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낙관에 '대한민국 30년'이라고 쓰인 것을 보면 돌아가시기 직전에 쓰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문 대통령 곁으로 다가가 김구 선생이 쓴 글씨가 서산대사의 글이라는 점 등을 설명했다.
 

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 회의장 앞 복도에 새로 걸린 백범 김구 선생 초상과 김구 선생이 직접 쓴 글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초상은 쌀을 비롯한 콩, 팥 등 다양한 곡식을 이용해 유명인사들의 초상을 제작한 이동재 작가가 만든 것으로 백범 김구 선생 초상은 아크릴로 채색된 캔버스 위에 쌀을 한 톨씩 붙여서 만들었다. 친필은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내리는 벌판 한 가운데를 걸을 때라도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로 이 글은 유가족이 기증했다. [사진=연합뉴스]



김구 선생의 글씨 옆에는 이동재 작가의 '아이콘_김구'(2014)라는 작품이 걸렸다.

아크릴로 채색된 검은색 캔버스 위에 쌀을 한 톨씩 붙여서 김구 선생의 초상을 만든 작품이다.

이동재 작가는 우리 농산물을 소재로 유명 인사들의 초상을 제작해왔다. 작가는 “우리 민족의 주식인 쌀은 김구 선생의 이미지를 통해 민족을 상징하는 매체로 전이되며 그 의미가 증폭된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 추진계획과 유엔 총회 참석 결과 및 향후 조치계획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