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기업과 계약 전부터 기술자료 요구받기도

2018-09-16 15:32

[중소기업중앙회 로고. ]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계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기도 하고, 기술자료를 제공하면서 서면 계약서를 제대로 발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6일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실태 및 정책 체감도 조사' 결과 대기업에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중소기업의 64.7%가 계약 체결 전에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계약 기간 중(29.4%), 계약체결 시점(5.9%) 순서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의 조사대상 501곳 중 17곳(3.4%)은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기계/설비(8.6%), 자동차(5.5%), 전기/전자(3.6%) 업종에서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비율이 높았다.

특히 기술자료를 요구받아 제공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13곳 중 7곳(53.8%)이 대기업으로부터 서면 계약서를 발급받지 않았고, 3곳(23.1%)은 서면은 발급받았으나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서면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기술자료를 제공했던 업체들이 분쟁에 휘말릴 경우 피해 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이유(복수응답)는 주로 불량(하자) 원인 파악(51.9%), 기술력 검증(45.9%)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 납품단가 인하에 활용(24.6%), 타 업체에 기술자료를 제공해 공급업체 다변화(11.2%)하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있었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발표한 기술탈취 근절 대책이 도움될 것(41.9%)이라는 기대가 컸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13.8%)보다 3배가 많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 중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대책으로는 과징금 상향 및 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강화(44.7%), 기술탈취 행위 범위 확대(22.8%), 기술임치·특허공제 지원제도 활성화(14.6%), 집중감시업종 선정 및 직권조사 실시(10.2%)를 꼽았다.

이재원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도 정부 대책이 기술탈취 근절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받으면 사실상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서면을 발급해 권리관계를 분명히 하고 나아가 중소기업 기술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술거래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