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은밀한 짬짜미 해왔던 일본 전자부품업계 민낯 드러나...공정위, 과징금 360억원 부과

2018-09-16 12:00
공정위, 일본 국적 9개 콘덴서 제조 판매사에 과징금 360억원 부과
일본 콘덴서 업체들, 1990년대부터 경쟁사간 가격 협의 해온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사진=이경태 기자]


따라갈 수 없는 글로벌 경쟁력으로 포장됐던 일본 전자부품업체들이 담합에 의존해 근근이 연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제품가격 경쟁력에서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맞추지 못하자 담합으로 공급가격을 끌어올리다 공정위에 적발, 36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본 국적의 9개 콘덴서 제조·판매사들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공급하는 알루미늄·탄탈 콘덴서의 공급가격을 공동으로 인상·유지하기로 합의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60억9500만원을 부과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가운데 4개 법인과 소속 임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담합을 하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루비콘㈜ △일본케미콘㈜ △산요전기㈜ △히타치화성일렉트로닉스㈜ △니치콘㈜ △엘나㈜ △㈜토킨 △마츠오전기㈜ △비쉐이폴리텍㈜ 등이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콘덴서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업체들은 수요처의 상시적인 가격인하 압력에 직면, 최대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가격협상력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알루미늄 콘덴서 6개 제조·판매사들과 탄탈 콘덴서 7개 제조·판매사들은 업계의 통일적인 대응이 필요한 계기(원자재가 인상, 환율 인하)마다 카르텔 회의체에서 해외에서의 가격인상·유지 등 업계 전체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일본 콘덴서 업체들은 1990년대부터 경쟁사간 협의체로, 임원급 모임인 사장회와 관리자급 모임인 ECC회, TC회를 운영해오기도 했다. 2003년 5월 알루미늄 콘덴서 업체간 모임인 ECC회와 탄탈 콘덴서 업체간 모임인 TC회를 통합해 ATC회를 결성·운영했으며 2005년 3월부터는 MK회(마케팅연구회)로 명칭을 변경, 2014년 1월까지 유지하면서 가격논의를 이어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들 업체는 2000년 7월부터 2014년 1월 25일까지 지속적으로 모여 생산량·판매량·가격인상계획·인상율 등의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조절하는 방식으로 실행했다. 공통 수요처에 대한 현행가, 견적가 등의 가격정보를 개별적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행했다.

특히, 생산량·매출액 등의 정보는 서로 간의 합의 준수를 이행하는 감시수단으로 활용했는데, 가격인하를 의심하고 이에 대해 항의하면서 서로 감시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위법성을 인식해 은밀한 방법으로 연락하고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상호 회의록이 포함된 메일을 보내면서 '읽은 후 삭제할 것' 등의 메시지를 남기며 외부로 이메일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담합으로 법 위반 기간 동안 한국으로 수출된 콘덴서의 가격이 인상되거나 인하가 저지돼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삼성·LG 등 한국의 대형 수요처를 비롯한 중소 수요처에 공급하는 콘덴서 가격의 인하가 저지되거나 인상됐으며 이에 따라 수요처가 생산한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 기간 중 한국으로 수출된 7366억원(알루미늄 2438억원, 탄탈 4928억원) 정도의 콘덴서 공급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콘덴서는 스마트폰이나 가전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필수부품으로 무려 10여년 이상 장기간 지속된 수입 중간재 시장에서의 반경쟁 행위를 차단시켰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