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11시간 조사 받고 귀가… 재계 “과잉 수사” 우려
2018-09-13 08:42
대외활동 재개 하자마자… 혐의 해소될 때까지 경영활동 위축 불가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사정당국의 조사가 다시 시작됐다. 재계에선 검찰과 경찰의 경쟁적인 수사로 인해 재계 활동을 과도히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재기된다.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오후 경찰에 출석해 11시간에 걸친 소환조사를 받고 13일 오전 1시쯤 귀가했다.
조 회장은 경찰청을 나서며 국민들에게 할 말씀이 없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혐의를 벗은 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찰은 조 회장이 서울 평창동 자택경비를 맡은 용역업체 유니에스에 지불할 비용을 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이 대신 지급하게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에 대해 조사했다. 이에 앞서 이달 4일에는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 있는 정석기업 본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고, 정석기업 대표 원 모 씨를 입건하고 원씨와 회사 직원 등 총 32명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조 회장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는 집요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 초부터 검찰과 경찰 등 사정당국으로부터 무수한 조사를 받았고 3차례나 소환됐다.
조 회장은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올해 6월 28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은 데 이어 다음달 7월 5일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바 있다.
재계에선 조 회장에 대한 이번 경찰의 수사가 ‘기업수사’ 능력을 입증하려는 시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간 기업수사는 통상 검찰의 전유물로 여겨졌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기업수사 부문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경찰은 지난달 31일 BMW코리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지난 10일에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노출 사고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기업수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경찰의 이같은 행보가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앞서 사정당국의 집중 수사가 이뤄지며 경영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최근 지평리전투기념관 리뉴얼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경영정상화에 시동을 걸던 상황인데 또 다시 소환조사가 시작되며 경영활동 재개에 어려움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계에 대한 검경의 경쟁적 수사는 과잉수사로 이어지기 쉽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