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유치원 5개월전부터 위험 징후…시공사 “괜찮다” 말만 반복

2018-09-07 21:05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3월 31일 현장점검서 균열 지적…관계기관 안이한 대처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 인근 현장은 수개월 전 현장조사에서 이미 붕괴 위험성이 지적된 곳이었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7일 사고현장을 찾은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붕괴 위기에 처한 서울 상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하 상도유치원) 건물은 5개월 전 현장조사에서 이미 상당한 위험 징후가 발견됐지만, 관할 구청과 시공사 측의 안이한 대처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7일 상도유치원 앞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약 5개월 전 상도유치원의 의뢰를 받아 3월 31일에 현장점검을 진행한 뒤 붕괴 가능성을 지적했다"면서 "균열이 간다든지 어떤 붕괴 징후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직접 지질을 보니 편마암 단층이 한쪽으로 쏠려 위험해 보였고, 보강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리포트를 유치원 측에 이미 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교수는 3월 31일 현장조사 당시 제출한 자문의견서에서 사고 발생 지점의 지질에 대해 "옹벽 하부의 노출된 암반상태를 관찰해보니, 편마암 내에 긴 단층이 발견되고 단층표면에 점토가 많아 미끄러지기 쉬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질상태가 취약해 철저한 지질 조사 없이 설계·시공을 하게 되면 붕괴할 위험성이 높은 지반"이라며 "좀 더 철저한 지질 조사를 수행해 하부 굴착 사면의 설계를 신중하게 재검토하고 굴착시공을 하길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의 자문의견서를 유치원에 제출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유치원 행정실장에게 자문의견서를 전달했고 행정실장이 구청에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뿐만 아니라 지난달부터 유치원에서 균열이 심하게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7일 오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치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지난 20일부터 유치원 울타리와 무너져 내린 흙막이에서 금이 발견돼 시공사 측에 따졌고, 지난 4일부터는 유치원 건물 곳곳에서 30에서 40mm 길이의 균열이 발견됐다"면서 "이를 따졌지만 (시공사 측은)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70mm까지는 균열이 생겨도 오차범위 안이라 무리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붕괴 우려를 느낀 유치원과 주변 주민이 구청과 교육청에 위험성을 지적하는 민원을 여러 차례 넣었지만, 관계기관 또한 안이한 대처를 하는 바람에 결국 사태를 키운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