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범 기자의 부동산 따라잡기] 한국감정원의 기묘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해석

2018-09-07 07:46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0.45% → 0.47%인데 '상승폭 주춤해 졌다'는 한국감정원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연일 고점을 찍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열 흐름이 최근 2개월가량 이어지면서 무주택자의 불만이 커지고, 심지어 부부싸움까지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등 서울 집값 상승이 사회 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데요.

이렇게 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흉흉해지다보니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사실상 이달 내로 추가 대책을 예고하고 나서는 등 다급히 서울 집값 잡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그런데 국토부는 뭘 기준으로 집값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까요? 바로 한국감정원 전국주택 가격동향조사 자료입니다. 감정원이 국토부 산하기관이다 보니 정부가 이 곳에서 나오는 자료를 정책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죠.

특히 감정원은 매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에는 전국 매매 가격 지수, 전세 가격 지수 등 한 주간의 전국 주택시장 가격 흐름 정보가 총망라돼있습니다. 그야말로 주간 단위로 주택시장을 분석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죠.

하지만 이번 6일자 자료를 받은 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는 이달 3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이 0.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에 대한 감정원의 해석이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이렇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2012년 5월 감정원 조사 이래 처음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몇 년 만의 기록적인 가격 상승을 목격하기란 그리 쉽지 않죠.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했다는 것을 자료를 통해 다시금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문제는 감정원의 코멘트였습니다. 감정원은 이번 주 서울 집값이 상승한 것에 대해 "정부의 다양한 시장안정 정책 발표로 서울 상승폭 확대가 주춤해졌다"고 보도자료에 명시했습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주 0.45%에서 금주 0.47%를 기록했습니다. 1주간 0.02%p 상승한 것이 팩트입니다. 감정원 측의 '상승폭 확대가 주춤해졌다'는 표현은 아마도 '오름폭이 최근 몇 주에 비해 커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은 굉장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습니다. 바로 0.45%를 기록한 지난주가 감정원 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시점이었기 때문이죠. 즉 이번 주는 0.02%p 올랐다 해도 지난 주 최대 상승폭을 1주 만에 경신한 상황입니다.

감정원 측 해석대로 불과 0.02%p 올랐다고 하기엔 현재 서울 주택시장 기류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이야기죠. 가령 같은 0.02%p라 해도 0.10% 수준에서 0.12%로 오른 것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금주의 경우 훨씬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같은 0.02%p라 해도 가격 상승 폭도 더욱 크기 때문이죠.

통계를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감정원은 "서초구와 강남구도 전주 대비 상승폭이 축소되는 등 국지적 과열 현상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표기했습니다. 엄밀히 이 표현도 문제가 있습니다.

강남구는 지난 주 0.59%에서 금주 0.56%가 됐고, 서초구는 0.59%에서 0.58%가 됐습니다. 각각 0.03%p, 0.01%p 둔화된 것이죠. '상승폭이 축소됐다'는 감정원 측 설명은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과열 현상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표현입니다. 이들 지역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기엔 상승률의 절대 수치가 너무 높습니다. 이미 서울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명확한 국지적 과열 진정 현상에 대한 논거가 제시된 것도 아닙니다. 상승폭이 0.01%p~0.03%p 낮아졌으니 진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전부죠.

하지만 실제로 서울 주택 시장 중 매우 급등세가 심각한 시장은 바로 이 강남권입니다. 매물 품귀가 가장 심각한데 반해, 대기수요는 가장 풍부한 지역이니깐요. 많은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지역임에도 상승률이 평균치를 상회하고 있는 점도 이를 반증하죠.

엄밀히 따져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다는 표현은 시세가 강보합권, 즉 보합세이거나 이보다 미약한 상승률을 기록하는 시점에 가까워졌을 때 나오는 표현입니다. 아니면 최소한 오름폭이 전주 대비 크게 깎였을 때 쓰여야 하죠. 도리어 상승폭이 커진 현재 시점에 맞는 표현이 아닙니다.

사실 국내에서 아파트 시세를 제공하는 업체는 감정원 말고도 많습니다. 민간, 금융권 등 업체에서 제공하는 시세들도 감정원 못지않은 상당한 정확도와 풍부한 데이터를 자랑하죠.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한국감정원을 정책 근거로 사용하는 이유는 '공공성'을 갖고 있는 공기업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공기업이 제공하는 자료가 가장 갖춰져야 할 것은 바로 '공신력'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금주 감정원의 시황 멘트는 대단히 큰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실제 상승폭이 1주 만에 커졌는데 상승폭 확대가 주춤하다는 모호한 표현은 자칫 시장 상황을 왜곡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불친절하더라도 데이터만 내놓은 자료보다 독자들을 더 헷갈리게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감정원 측의 시황 총평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감정원은 금주 언론을 통해 "이번주 통계에 최근 상승세의 여파가 담긴 것으로 보이고, 다음 주부터 오름폭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보도자료에 언급한 '상승폭 확대가 주춤해졌다'와 '이번 주 통계에 최근 상승세의 여파가 담겼다(그러니 대책 여파가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는 좀처럼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국토부가 얼마 전 언급했던 수도권 일대에 공급이 충분한데,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모순된 논리가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