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정부발 '제로페이'의 공습..."정작 사용자는 불편"

2018-09-04 14:15
'제로 페이' '서울 페이' '포스트 페이' 등 수수료 '제로'
자발적 사용이 관건...QR코드 찍고 가격 기입 등 불편

서울 도봉구의 한 슈퍼마켓에 있는 카카오페이 간편결제 QR코드. [아주경제DB]


정부와 여당, 지방자치단체가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삼성페이 등 기존 간편결제 시장 강자들을 제치고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서비스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카드 결제수수료가 없는 소상공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를 연내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로페이는 판매자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결제 방식이다.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밴(VAN)사를 거치는 단계를 줄여 수수료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또한 판매자는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할 필요 없이 자신의 계좌와 연동된 QR코드만 비치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부처 차원의 제로페이 서비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3일 ‘포스트페이’ 간편결제 앱을 출시,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결제 방식은 QR코드 기반이며, 우체국 우편창구와 CU편의점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연 매출 5억원 미만인 소상공인 가맹점은 결제수수료가 무료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달까지 시범 서비스를 마치고, 10월부터 가맹점 신청을 받아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또한 연 매출 5억원 이하인 자영업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간편결제 서비스 ‘서울페이’를 연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중에선 카카오페이가 지난 5월부터 QR코드 방식의 수수료 부담 없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 서비스 출시 후 두 달여 만에 QR코드 결제를 위한 키트 신청이 8만건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QR코드 방식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 카드 결제나,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삼성페이 등을 대체할 수 있을지 관심사다. QR코드 방식이 결제 시 발생하는 중간 마진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가맹점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결제 때마다 스마트폰 앱을 실행해 QR코드를 읽어야 하고 결제 금액을 직접 적어야 하는 등의 절차가 기존의 카드 결제나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대는 방식보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한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사적 영역에 일방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카드 결제 시 카드사나 밴사, PG(결제 대행사)들이 가져가는 중간 마진이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었다. QR코드 방식의 간편결제는 수수료를 낮추는 등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체크카드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에게 세제 혜택을 준 것처럼 QR코드 결제 방식에서도 세제상의 이익을 주면 서서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포인트 제도나 세금 혜택 등의 유인이 있는데, 제로페이는 그런 제도가 없어 소비자들이 결제방식으로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제로페이 도입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낮아진 만큼 누군가는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국민 전체가 아닌 소수만 혜택을 받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규모는 2016년 1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원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