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류사회' 수애 "첫 '청불' 영화…거부감 없도록 만드는 게 숙제"
2018-08-30 17:35
배우 수애(39)는 “언제나 2등에 머물렀고 1등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수연의 본질을 정확히 꿰고 있었다. 그가 왜 신분 상승에 목을 매고, 상류사회로 진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지 이해하고 공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수애가 그린 수연은 “뼛속까지 속물인 인물”임에도 불구 인간적이고 당당하며 안쓰럽고 매력적이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느낀 건, 수연이 참 매력적이라는 것이었어요. 욕망을 좇고, 민낯을 드러내는 게 굉장히 당당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거기다 영화 말미에는 스스로 욕망의 굴레를 끊어내는 것이 인상 깊었고요.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상류사회’는 각자의 욕망으로 얼룩진 부부가 아름답고도 추악한 상류사회로 입성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모습을 담은 작품. 극 중 능력과 야망으로 가득 찬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 역을 맡은 수애는 개봉 전 아주경제와 만나 영화, 캐릭터,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애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 배워왔다. 수애는 이 점을 비틀어 수연을 더 솔직하고 당당한 인물로 그리고자 노력했고 스스럼없이 “속물 같은 여자”라고 짚었다.
“수연은 뼛속까지 속물인 인물이에요. 시나리오를 볼 때 막연히 짐작했던 것들이 수연의 옷을 입고 보니 더 실감 나더라고요. 언제나 2등이었던 수연은 1등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고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금수저’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그런 환경 때문에 욕망이 왜곡되었을 거로 생각해요.”
“작품과 수연 캐릭터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것이 가능했던 건 감독님과 소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소통이 안 된다면 어렵고, 힘들거든요. 앞서 많은 현장에서 경험해왔기 때문에 감독님이 작품과 수연, 그리고 제게 애정을 느끼고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감독님은 수연에 대해 ‘2등이기 때문에 더 아등바등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학교에서도 꼴등은 울지 않는다. 우는 건 2~3등 아이들’이라고요. 그 말이 딱 가슴에 꽂히더라고요.”
소통과 의견 조율은 영화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수애에게 “서로의 의견이 반영된 부분 혹은 변경된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외적인 부분이 많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수연의 헤어스타일이 달라졌어요. 감독님은 수연이 긴 머리여야 한다고 말했고, 저는 긴머리는 전문적인 느낌보다 여성성을 강조한 느낌이 들어서 단발머리였으면 좋겠다고 했죠. 감독님은 끝끝내 의구심을 가지고 계셨었는데 ‘만약 느낌이 부족하다면 머리를 붙이겠다’고까지 하니 ‘자르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제 단발머리를 보고 오케이(OK) 하셨지만요.”
전문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지양하는 옷차림도 많았다. 변혁 감독은 “여성성을 드러내지 말 것”, “목을 드러내지 말 것”을 요구했고 수애도 수연이 여성성을 부각하지 않기를 바랐다.
“항상 터틀넥으로 목을 감추고 있는데 그런데도 둔한 느낌이 들지 않기를 바라서 얇은 소재의 옷을 주로 입었어요. 거기다 무채색들을 위주로 꾸며서 수연의 이미지를 잡으려고 했어요.”
수연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장르적으로 확장해나가며 수애는 미국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감독님이 ‘상류사회’를 쉽게 설명해주시기 위해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설명해주셨었거든요. 그리고 영화를 본 분들이나 홍보 마케팅에서도 꾸준히 그 작품을 언급하는 걸 보면 분명 어떤 접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부부의 틀을 벗어난 파트너십이라는 것이 비슷한 부분인 것 같아요. 동지, 파트너의 개념으로 개인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요.”
영화 속 수연과 태준(박해일 분)은 독특한 성향을 가진 부부다. 가족보다는 동료에 대한 느낌이 강한 두 사람은 ‘상류사회’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부부의 모습은 박해일과 수애의 제안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시나리오에서는 날이 서 있는 느낌이 강했어요. 지금처럼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야말로 불꽃이 튀는 부부였죠. 저나 (박)해일 선배 생각으로는 ‘이렇게 거리낌 없이 속내를 드러내고 트윈베드긴 하지만 각방도 아닌 한 방에서 꼬박꼬박 지내는데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을까? 오히려 동지 느낌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감독님께 그런 설정들을 말씀드리니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고 지금의 수연, 태준이 완성된 거예요.”
1999년 드라마 ‘학교2’로 데뷔해 멜로부터 코미디,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던 그는 “언제나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신인 때 항상 주변에서 ‘우울해 보인다’, ‘눈물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 말들이 저를 가두는 것 같아서 드라마 ‘9회말 2아웃’에 출연해 저도 웃길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했죠. 또 여리여리하다는 수식어를 벗으려고 드라마 ‘아테네’에 도전해 강한 모습도 연기했고요. 언제나 그랬던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다면 수애에게 ‘상류사회’는 어떤 도전이었을까? 그에게 이번 작품으로 얻은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막연한 기대로는 연기적 변화라고 생각해요. 이번 작품으로 가보지 못했던 길이 채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찍은 건 처음이거든요. 피할 수 없는 색깔이기도 하고 그런 지점에서도 다양하게 장르적으로 다양성을 가지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더불어 수애는 자신의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생각이 궁금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걱정과 부담이 커요. 이번 작품에 대한 저의 고민 중 하나는 낯선 부분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더 친근하게 가져갈 수 있을까였어요. 민낯을 드러내고 2등이 1등이 되고자 하는 이야기가 낯설 수 있고, 수애가 욕망을 좇는 모습이 낯설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거부감 없이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게 저의 숙제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이 성공했는지는 영화 개봉 후 알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