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野, 수출입은행에 "통일부 하수냐"…남북협력기금 운용 질타

2018-08-29 18:52
수출입은행 "통일부에서 민감한 사항이라 자료제출 말라고 했다"
"대북제재 사항이면 책임지겠나"…野, 부실한 자료제출 비판

국회 기재위.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왼쪽부터),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이 29일 오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업무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29일 정부로부터 남북협력기금(IKCF) 맡아 운용하는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한 질타를 퍼부었다.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이날 오후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총 14조2000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했으며, 이 가운데 6조8000억원을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고 업무보고했다.

은 수은 행장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평창올림픽(33억원) 및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등 남북교류협력사업 지원에 모두 70억원을 집행했다. 아울러 금강산·남북경협기업 투자 피해지원 및 운영경비를 지원하는데 지난달까지 418개사에 90억원을 썼다. 현재 1조원 수준인 남북경협기금을 확대하기 위해 통일부 등 관련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한국수출입은행의 부실한 자료제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북제재 사업을 지원하는지 여부, 4·27 판문점선언 후 지원에 드는 비용 등을 검토하기 위해 배포자료 외 업무추진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이를 통일부에 미루며 제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남북협력기금이 남북협력 용도에 맞게 쓰는지 보려고 자료제출을 요청했으나 '통일부에서 민감한 사항이라며 자료제출을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다'고 한다"면서 "국회와 우리 기재위를 무시하냐. 통일부 하수 기관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협력기금은 수출입은행이 기금을 지원할 때 타당성, 규모 등을 따져 효율적으로 조치하고 운영하기로 돼 있는데 통일부가 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거냐"고 질타했다.

또한, 4·27 판문점선언 후 남북협력사무소 개소에 필요한 남북협력기금 운용과정과 관련해 "7월 2일 이미 경유 80t, 발전기 등을 북한에 보냈고 이 비용은 7월 17일에 의결됐다. 기금을 관리하는 은행장으로서 타당성·규모·지원절차·평가 등 관계 법령에 맞게 해야 하는데 의결절차가 생략됐다고 한다. 부적절한 지원으로 국제사회 제재 대상으로 밝혀지면 책임지겠나"라고 물었다.

은 행장은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제재 소지가 있다면 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 역시 "남북협력기금 집행내역을 요청했는데, 최근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정치적 이슈가 높아진 관계로 관련 자료를 보내지 말라는 요청이 있다면서 제대로 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한꺼번에 뭉뚱그려서 418건 얼마 이렇게 보냈는데 통일부에서 금강산 기업 운영 관리정비 운영지원 등 418건 하니까 돈 달라고 하면 수출입은행은 검토 없이 그냥 내주는 거냐 "수출입은행도 대북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건데 왜 통일부에 미루는 거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가 대한민국 경제에 얼마나 큰 문제가 되는지 잘 알 텐데 통일부에만 미룰 일이 아니다. 책임감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업무 보고자료와 세부내역이 안 맞는 게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지원 33억원이라고 했고, 남북스포츠 및 문화교류 지원은 70억원 했다고 했는데 평창올림픽 패럴림픽 33억원만 있지 평양공연에 대해선 내역이 없다. 왜 자료마다 다르고 부실하냐"고 물었다.

은 행장은 "저희는 통일부 수탁 기관이기 때문에 통일부와 다시 협력해보도록 하겠다"면서 "제가 한 번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4·27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데 드는 추계(推計)와 관련해 질의했다.

유 의원은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데 국민에게 얼마나 부담을 지우느냐가 핵심인데, 이걸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도 돈 이야기를 안 한다"면서 "얼마나 드는지 추계치가 있느냐"고 물었다.

은 행장은 "10조원을 쓸 수 있고, 50조원을 쓸 수도 있고 계산은 해볼 수 있지만 실제 내용 역시 남북이 합의해서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남북도 서로 전제가 다르고 전제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진다"며 난감해했다.

이에 유 의원은 "남북협력기금은 1조원밖에 안 되기 때문에 나머지 돈은 다른 곳에서 나와야 하는데, 도대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야 국회 비준동의를 해 줄 것 아니냐. 알 권리를 무시한 채 백지수표에 그냥 사인만 하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출입은행이 기금을 수탁받아 통일부가 시키는 대로 금고 역할만 한다지만 추계를 위한 연구센터도 있으니까 한 번 추계를 해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