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황수경 전 통계청장 "난 말 잘 안듣는 사람" 발언에 담긴 뜻
2018-08-28 18:43
[빈섬 이상국의 '편집의눈'-이데일리 기사를 조선일보가 대서특필한 까닭…소득주도성장의 이상기류 때문
# 소득주도 성장 대신 '통계주도 성장'?
27일 황수경 전통계청장은, 이임식이 진행되는 20분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황 전청장은 이임사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면서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이날 황 전청장의 경질 배경과 관련해 본인의 중요한 발언을 들은 기자는 이데일리 최훈길기자였죠. 1년여만에 교체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황수경 전통계청장은 "저는 모른다"라고 답하면서 "어쨌든 제가 그렇게 (청와대 등 윗선의)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 조선일보가 황수경 발언의 의미를 대서특필
이데일리에 나온 저 멘트("제가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를 나꿔채서 제대로 기사를 만든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그런데 이 신문은, 중요한 발언을 인용하면서 소스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 인터넷 매체'라고 얼버무렸네요. 이건 '도의'에 어긋난 일이 아닐 수 없죠.
'코드 통계청장'...정부 맞춤형 통계 쏟아지나
코드 통계청장의 근거에 대해선 이렇게 제목을 달아놓았습니다.
청와대"새 조사방법 만들어 소득주도 성장 긍정측면 보일 것"
새 청장은 홍장표 전수석과 친분 ...평소 청와대와 같은 주장
또 정부 맞춤형 통계가 쏟아질 상황에 대해선 야당과 전문가의 입을 빌어 이렇게 후려치고 있습니다.
야당 "불낸 사람 아니라, 불났다 소리치는 사람 나무라는 꼴"
전문가 "청장교체는 소득주도 성장 몰락의 신호탄인 듯"
# 황수경은 누구
우선 이번에 물러난 황수경은 어떤 사람인지 살펴봅시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대학시절 노동운동을 했고 주간 노동자신문에서 기자로 2년간 일했죠. 30여년간 노동경제를 연구했으며 노무현정부때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지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인데 왜 갑자기 경질됐을까요.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관련 지표를 분기별로 공표하고 있습니다. 표본 가구도 작년 5500가구에서 올해 8000가구로 늘립니다. 지난 2월 2017년 4분기 가계소득은 9분기만에 증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고무됐죠. 청와대 경제정책 비서관이 라이브로 소득주도 성장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랑할 정도였습니다. 이어 5월과 8월에 발표된 1,2분기 소득 통계는 최악의 분배를 숫자로 보여줬습니다. 이에 표본 오류를 비롯한 통계 신뢰도 문제가 정부 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8월 통계청이 '양극화 참사'를 발표하면서, 통계청장이 경질된 겁니다.
# 새 청장 강신욱은 누구
신임 통계청장 강신욱은 과거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소득주도 성장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홍장표 전 경제수석에게 각종 데이터를 제공해준 사람이었죠. 그는 홍 전수석과 함께 학현학파(변형윤 교수 제자그룹)로 분류되고 있죠.
이 분은 "통계청 조사 자료는 해마다 크고 작은 변화를 보여 이전 시기와 비교를 불가능하게 한다"면서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정책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자료 생산이 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15일 발표한 글에서 주장한 바 있습니다. 강신욱의 청장 발탁은,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잘 드러내는 '통계'를 겨냥한 인사작품이라고 보는 시각은 여기에서 나옵니다.
# 소득 지표 잘 나올 땐 정책 덕분, 나쁘게 나올 땐 통계 탓
소득 지표가 잘 나올 때는 청와대 비서관이 나서서 라이브를 하며 홍보를 하던 정부가, 소득 지표가 연속으로 최악을 기록하자 표본이나 집계방식이 잘못 되었다면서 통계청장을 갈아치워,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욕과 신념. 어떻게 봐야 할까요. 타 매체의 발언 한 마디로 비판의 날을 세운 조선일보의 기민함 하나는 인상적입니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