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해양 유휴인력 ‘희망퇴직‧무급휴직’ 추진

2018-08-23 22:55
김숙현 대표 “책임 통감, 남은 과제 마무리 되는대로 사퇴할 것”
노조 “일방적 결정” 반대… 파업 예고

김숙현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대표(부사장)[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또다시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 해양플랜트 일감이 모두 바닥났기 때문이다. 김숙현 현대중공업 해양사업 대표는 경영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23일 담화문을 내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사업본부의 생존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며 “일이 없는 만큼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인력 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픔과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시간을 지체하다 무너지느냐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임직원 여러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5년차 이상 해양사업본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희망퇴직자는 오는 10월 1일부로 퇴사처리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번에 희망퇴직하는 인원에게는 통상임금의 30개월분을 일시지급하고 60세까지 근무 시 수령 가능한 자녀학자금도 줄 방침이다. 내년 1월부터 1년간 매달 1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도 지원한다.

김 대표 역시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는 “저 역시 현재 진행 중인 나스르 공사의 해상작업과 과다 공사비 문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에도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인원은 500여명이다. 하지만 해양사업본부만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해양사업부의 유휴인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는 2014년 11월을 마지막으로 단 한 건의 수주도 올리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일 나스르 프로젝트의 마지막 모듈을 출항한 이후 일감이 모두 사라졌다. 2600여명의 해양사업본부 직원들이 유휴 인력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은 조기 정년퇴직도 실시할 방침이다. 해양사업본부 소속 근속 15년 이상, 만 45세 이상인 근속자가 대상이다. 조기정년 퇴직 대상자에게는 희망퇴직자 지원내용 외에 정년퇴직위로금과 장기근속 포상금 등을 추가 지급한다.

해양공장 인력 1220명을 대상으로 무급휴직도 추진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해양사업본부 생산직을 대상으로 기준 미달의 휴업수당 지급 신청서를 접수했다. 신청서에는 오는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9개월간 평균임금의 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하지만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이에 미치지 못하는 휴업수당 지급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사측의 희망퇴직 및 무급휴직 추진에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울산지노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가 해양 유휴인력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인데도 회사가 희망퇴직과 조기정년퇴직 등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과거 일감 부족 시 적극적인 파견, 전환배치 등을 한 사례가 있는데도 회사가 무급휴업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의 방침에 반발해 오는 27∼29일 부분파업을 벌이고 '기준미달 휴업수당 신청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해 울산 지노위에 전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