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 무역전쟁서 'WTO 카드' 꺼내나…퇴출 압박설
2018-08-23 16:25
트럼프 "WTO는 '재앙'"이라더니…동맹국 연계 中 퇴출 압박할 수도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라는 '핵옵션'을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은 2001년 WTO에 가입하며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는데, 미국이 중국을 WTO 체제에서 밀어내기 위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2차 세계대전 뒤인 1948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맺은 데 이어 1995년 이를 계승한 WTO를 만들어 자유무역질서를 떠받쳤다. 1930년대 미국발 무역전쟁과 대공황, 이에 따른 경제적 참상이 촉발한 2차 대전을 경험한 뒤 나온 결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줄곧 WTO 체제에 반하는 보후무역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해 만든 WTO는 '재앙'이라며 여러 차례 미국의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도 이날 전처럼 똑같은 규모와 방식의 보복에 나섰다.
이에 더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일부터 6일 일정으로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10% 또는 25%의 폭타관세를 물리기 위한 공청회를 시작했다. 3차 폭탄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제품의 절반가량이 표적이 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이 대중 무역전쟁에서 WTO를 비장의 카드로 쓸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이 WTO에 남으려면, 중국이 나가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대중 폭탄관세가 패전과 다를 바 없는 승리, 이른바 '피로스의 승리'를 가져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기여해온 세계 무역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을 WTO 체제에서 끌어내는 게 폭탄관세보다 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중국을 WTO에서 퇴출할 공식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WTO의 기본 강령이 되는 GATT의 23조는 다른 회원국의 이익을 무효화하거나 침해하는 나라의 퇴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제니퍼 힐먼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6월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조사위원회에서 "중국은 다른 주요 경제국과 다른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는 WTO 협상 당사자들이 당초 상정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WTO 규정이 중국처럼 정부와 공산당, 기업의 역할이 광범위하게 겹치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고 있는데, GATT 23조는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힐먼 교수는 중국이 WTO 가입 전에 비해 경제와 시장 개방 수준이 높아진 게 사실이고, 제소된 경우 WTO의 결정을 잘 따르지만 WTO에 가입하면서 한 약속을 여러모로 위반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 예로 중국에는 외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관련법이 없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 시장 진입을 빌미로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폭탄관세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힐먼 교수는 아울러 중국이 정부의 힘을 키우는 동안 시장의 힘은 뒤로 밀렸다고 덧붙였다. WTO 탄생의 근거로, 시장 지향적인 정책에 기반한 무역시스템을 강조한 '마라케시 선언'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WSJ는 힐먼 교수의 주장을 근거로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미국이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한국 등과 중국을 집단 제소해 승리하면, 중국이 스스로 정책을 바꾸거나 거의 모든 수출품에 대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WTO가 이를 근거로 강령을 수정해 중국의 불공정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면 중국이 실질적으로 WTO를 탈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미 GATT 23조를 근거로 중국을 제소해야 한다고 제안한 상태다, 미국은 일본·EU 통상당국자들과 24일 워싱턴DC에서 중국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주요국은 미국의 WTO 탈퇴를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할 태세라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