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청년 실업 문제와 해외 진출
2018-08-21 10:09
올해 여름은 우리에게는 정말 잊고 싶은 시간이었다. 기록적인 폭염 그리고 추락하는 경제 등 유쾌한 소식은 없었다. 특히 고용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지난 7월 취업자가 전년 대비 단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정부는 인구 감소, 폭염 등 불가피한 외부 요인으로 그 이유를 돌리는 반면 야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내부 정책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정확한 이유를 당장 규명하기는 쉽지 않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분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러한 소식들이 많은 한국인, 특히 젊은 층에게 심한 자괴감과 패배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만나는 많은 학생들에게서 보이는 것은 절망 그 자체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들이 벌어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바탕으로 정부의 재정기능을 확충하고 공공분야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여 민간 부문 일자리를 확충하려는 노력도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과연 원하는 성과를 거둘까 하는 점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이제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좀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갈수록 많은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회의적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청년층의 취업난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우리의 많은 정책이 과거에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해답은 외국에 있는 것 같다. 최근 한 졸업생의 경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학생은 남들보다 실력도 출중하고 열정도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취업에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수많은 좌절 끝에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 명목으로 떠났지만 사실은 조금 도피성이었고 어쨌든 한국을 탈출하자는 심정이었으리라. 독일어도 아직 유창하지 않았고 현지에 대한 준비도 부족한 상태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출국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한국의 유수한 재벌 기업의 현지 지사에 취직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물론 행운도 따른 취업이었겠지만 필자에게는 가뭄 끝 한 줄기 비처럼 시원하고 유쾌한 소식이었다.
이는 필자가 최근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바이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는 호텔 등 서비스 업종에서 많은 한국인 종업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호텔 카운터에서 근무하는 한국 여성은 아직 대학 졸업도 하지 않았으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고 이에 대단히 만족해하고 있었다. 이 여성은 비싼 싱가포르 물가 때문에 큰돈을 모을 수는 없지만 영어 실력을 늘리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느끼고 있었다. 미국에서도 이런 경우는 많았다. 국내에서 수많은 식당들이 실패하고 폐업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많은 젊은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식당 사업에 도전해 성공하고 있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소규모 델리를 운영하고 있는 한 청년은 “한국은 식자재 값이 비싸고 서비스 값이 저렴한데 비해 여기는 반대로 식자재 값이 싸고 서비스 값이 후하기 때문 성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꼭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기회는 있다.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이나 국제기구, 혹은 외국 대사관에 진출하는 것이다. 최근 졸업생들 중에 미국계 증권회사, 독일계 자동차회사 등 유수한 다국적기업의 서울 지사에 근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천 송도의 세계은행 한국 사무소, 유네스코 서울 사무소나 국제적인 NGO의 한국 지부에 취업하는 졸업생이 늘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 캐나다 대사관 등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중 많은 졸업생이 국내 기업이나 공공 기관의 취업문을 두드리다 실패하고 외국계로 눈을 돌려 성공한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