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전쟁] '무균실 속 아이' VS '효율성 甲 유기체'…中 첨단산업 미래는
2018-08-20 05:08
공산당 정점 민·관·학 유기체, 美도 긴장
"정부 보호 속 성장, 자생력 약해" 비판
유연한 규제, 막강 자금력 강점 부각도
"정부 보호 속 성장, 자생력 약해" 비판
유연한 규제, 막강 자금력 강점 부각도
미·중 무역전쟁의 완화 혹은 종식을 위한 교섭이 재개됐다.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기 전 타협안이 나올 수 있다는 낙관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무역 문제와 별개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미·중 간 경쟁이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격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차 원장은 "국가 권력이 개입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지원하는 방식의 모델에 미국은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의 기술 경쟁이 곧 체제 경쟁의 성격을 띤다는 의미다. 향후 주도권을 확보하는 쪽이 체제의 우월성을 내세울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은 창업의 요람이자 벤처 생태계의 정점이다.
스탠퍼드대와 버클리대 등 미국 서부 명문 대학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대규모의 벤처 창업이 이뤄져 형성된 실리콘밸리와 달리 중관춘은 지난 1988년 중국 정부가 국가첨단산업개발구로 지정해 육성한 곳이다.
현재 명성이 자자한 중관춘 내 '창업 거리'도 2011년 4월 베이징시의 지원으로 조성됐다. 벤처 생태계의 형성 단계부터 정부가 직·간접적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중관춘과 실리콘밸리는 태생적으로 차이가 있다.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중국의 인터넷 검열 및 차단 시스템은 미국이 중국의 정보기술(IT) 발전 전략을 폄훼할 때 단골로 언급하는 사례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양보를 얻어내야 할 리스트에 이 시스템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년 넘게 격리된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구글과 페이스북 등 자국 기업에 불이익을 줬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의 IT 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사이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은 독점적 시장에서 별다른 경쟁 없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중국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인 징둥(JD)의 창업자 류창둥(劉强東) 최고경영자(CEO)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의 보호를 받는 기업들은) 무균상자 속의 아이와 같아 밖으로 나오면 금방 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 CEO는 "정부 보호가 익숙해진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의 경쟁자가 되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독설을 내뱉었다.
중국은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균형 잡힌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3410개사 중 최소 436개사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공산당 의견을 우선적으로 듣는다"는 내용을 정관에 삽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식 첨단산업 발전 전략의 장점이 크다는 의견도 많다. 법과 규제가 유연하다는 게 대표적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빅데이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부의 기상 데이터 등에 바로 접속하더라. 이를 빅데이터 플랫폼에 적용해 단기간 내에 실시간 예측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것을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막강한 자금력을 활용해 고급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도한 '천인계획(千人計劃)'이 대표적이다. 중국에 정착하는 인재에게 1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
차 원장은 "관치(官治)에 가까운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에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지만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게 된다면 다들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가치 판단이 무의미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