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투자 제의받고도...辛 부재에 난감한 롯데

2018-08-14 06:00
- 파키스탄, 8조 유화단지 구축 제안
- 총수 공백…글로벌 톱10 도약 기회 놓칠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파키스탄 정부가 최근 롯데케미칼에 총 80억 달러(약 8조원)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추진 계획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롯데케미칼 본사를 방문해 NCC 등 석유화학시설 구축을 제안했다.

특히 20년간 세금면제, 각종 수출입 관세 면제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까지 내걸었다.

파키스탄은 석유화학 시설이 전무한 상태로 최근 국가 차원에서 기간산업을 키우기 위해 전력 투구하고 있다.

롯데측은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 화학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이번 파키스탄 투자는 제격이다.

그러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 6개월째를 맞으면서 사실상 대규모 해외투자는 불가능한 상태다.

롯데는 그동안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한 비상경영위원회 부회장단이 신 회장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꿔왔다.

화학 부문의 경우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화학BU장)이 챙겨왔다. 실제 허 BU장은 올 상반기 동안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현지 진출 법인을 방문하는 등 경영 현안을 점검했다.

하지만 허 부회장 역시 단독으로 M&A(인수합병)나 대규모 신규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재계 고위임원은 "롯데는 그동안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사업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를 신동빈 회장이 직접 주도해왔다"며 "따라서 신 회장의 의지가 없으면 대규모 해외 투자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굵직한 M&A나 투자를 하기 전에 본인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결정했다. 지난해 재판을 받는 가운데서도 신 회장은 미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찾아 기업의 현안을 부지런히 챙겼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파키스탄 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지역 기반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요와 원료 확보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롯데가 파키스탄에 진출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10여년 전 파키스탄에 진출해 국내 기업 중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부터 파키스탄 화학업체인 '파키스탄 PTA(현재 롯데케미칼 파키스탄)'을 인수하며 현지 진출했다. PTA는 원유에서 나온 파라자일렌을 정제해 만든 화학제품으로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 필름, 도료, 산업용 자재 등의 재료로 활용된다.

롯데콜손은 지난 4월 파키스탄 펀자브주에 600억원을 투자한 제과공장을 완공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파키스탄 측에서 요청해 개별 미팅을 진행했다"며 "현재로서는 진출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