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300억원대 매출 친족 위장계열사…조양호 회장 고발
2018-08-13 12:00
처남 등이 보유한 4개사 신고 누락…중소기업 세혜택까지 받아
비서실서 친족 관리함에도 62명 신고누락…추가 미편입 계열사 확인 중
비서실서 친족 관리함에도 62명 신고누락…추가 미편입 계열사 확인 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장 15년 동안 처남 등이 보유한 4개 회사의 존재를 숨겨오다 경쟁당국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 4개사가 지난해에만 벌어들인 매출액은 300억원을 웃돈다.
4개사 중 한 곳은 대기업 계열사임에도 신고를 하지 않아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세금공제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 회장은 처남 가족 등 62명의 친족을 친족현황에서 누락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이들이 주식을 보유한 추가 미편입 계열사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지정을 위해 한진이 공정위에 제출하는 자료에서 총수일가가 소유한 4개 회사와 62명의 친족을 누락한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4~2018년 대기업 지정을 위해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태일통상㈜ △태일캐터링㈜ △청원냉장㈜ △세계혼재항공화물㈜ 등 4개사를 계열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4개사는 조 회장의 처남 가족 등이 지분 60~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한항공‧진에어 등 한진 계열사에 기내용품을 납품하는 등 밀접한 거래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태일통상은 조 회장의 처남 A씨와 그의 아내, 또 다른 처남 B씨 등 3명이 지분을 100% 보유했다. 1984년부터 대한항공과 거래를 시작해 기내용 담요‧슬리퍼 등 객실용품을 납품해 오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식기판 거래업체 1위(거래금액 기준)다.
태일캐터링 역시 A씨와 그의 아내가 지분 99.55%를 보유했다. 태일통상에 이어 대한항공 기내식기판 거래업체 2위다.
대한항공과 항공물류 운송 거래를 해온 세계혼재항공화물은 B씨와 그의 아내가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A씨의 아내와 그의 자녀 두명이 지분을 100% 보유한 청원냉장은 태일캐터링을 통해 대한항공에 납품되는 식재료의 선별‧이물질 제거작업 등을 전담하고 있는 회사다.
이들 4개사는 지난해 총 315억1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태일통상은 증여의제이익에 대한 세금 계산 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 50% 및 주식보유비율 10%의 공제율을 적용받았다.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일 경우 이 비율은 각각 15%와 3%다. 대기업 계열사로 신고를 하지 않아 더 높은 공제율을 적용, 세금을 덜 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가족을 포함한 총 62명의 친족을 친족현황에서 누락했다.
공정위는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대한항공 비서실이 관리하고 있는 가계도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비서실에서 친족 명단을 관리해 오고 있음에도 지정자료 제출 시 이를 누락한 것이다.
공정위는 한진 측에 친족의 가족관계등록부와 주식소유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이를 통해 추가 누락 친족과 이들이 보유한 미편입 계열사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장기간(최장 15년) 친족 지분 보유 4개사 및 친족 62명 누락 △누락회사‧누락친족에 대해 조 회장의 인식이 있었던 점 △4개사가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및 공시의무 적용 면탈 △대기업집단 소속 누락으로 부당하게 중소기업 혜택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태일통상‧태일캐터링‧세계혼재항공화물은 2003년 4월부터 현재까지 미편입됐고, 청원냉장은 2008년 11월부터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 소유 위장계열사가 적발될 경우 미편입 기간 동안의 사익편취행위‧부당지원행위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