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상권이 죽어간다] 활기 잃은 종로·신촌 ‘젊음의 거리’...“임차인 찾아요”
2018-08-08 17:15
이미 오를 데까지 오른 종로..."더 이상 임대료 내릴 수 없어"
대기업이 올려놓은 신촌 임대료..."일반인은 못 버텨"
대기업이 올려놓은 신촌 임대료..."일반인은 못 버텨"
“평소 매출이 100%라고 하면 지금은 30%는 떨어졌죠. 저는 신촌에서 30년을 버텼습니다. 뒷골목에 있는 점포들 중에 70~80%는 가게를 내놨다고 보면 될 겁니다.”(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C식당 주인)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인 종로와 신촌 일대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상권은 죽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내리지 않는 임대료에 임차인들은 하나둘 떠나고 공실은 늘고 있다.
8일 찾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12번 출구 앞. ‘젊음의 거리’라고 쓰여진 간판 양쪽에 위치한 건물에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대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던 연세로도 아스팔트에 내리꽂는 땡볕에 손으로 이마를 가린 행인 서너 명이 지나갈 뿐이다.
젊음의 거리에 빈 점포는 늘었지만 임대료는 낮아지지 않는 이유를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은 ‘옛 영광을 못 잊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점포를 빌려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경기 침체에 울상이지만, 이미 종로 일대의 임대료는 올라 있는 상황이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종로5가에 위치한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로 대로변의 건물은 사실상 20년 전세라고 보면 된다. 이미 20년 전에 가격이 너무 높았다는 뜻이다. 그 사이에 강남 등으로 상권이 옮겨갔다”며 “권리금 자체가 없어진 점포도 많다.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춰주면 좋은데 그렇게 못하다 보니 최근 건물 자체를 매각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대료는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2017년 12월 기준 종로구 점포의 1㎡당 월 평균 임대료는 △1층 3만6545원 △2층 이상 1만3302원 △지하 9977원 등으로 파악됐다. 이는 모두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씩 떨어진 가격이다. 같은 기간 강남구가 0.5%포인트, 서초구가 0.4%포인트 하락한 것에 비하면 적은 내림폭을 보였다.
◆ 대기업이 올려놓은 보증금...“일반인은 장사 못해”
대학교들이 모여 있는 서대문구 신촌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점포의 1㎡당 월 평균 임대료는 △1층 2만2363원 △2층 이상 8140원 △지하 6105원 등으로 조사됐다. 이는 모두 전분기 대비 0.1%포인트씩 하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게 지역 상인들의 목소리다. 서대문구 창천동 C식당 주인은 “이곳 월 임대료가 1000만원이 넘는다. 지금 이 6층짜리 건물 중에도 한 층은 비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물 전체 매맷값은 120억원 정도 된다고 들었는데 점포 하나만 매매할 수도 없으니 공실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도 종로와 마찬가지로 폐업률이 오르고 있다. 작년말 기준 서대문구 전체의 폐업률은 1.8%로 나타났다. 이는 종로구보다는 낮지만 전 분기 대비 1%포인트 오른 수치다. 특히 지난 4월 신촌역 3번 출구 앞에서 대학생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해온 ‘맥도날드 신촌점’이 폐업하면서 인근 점포에선 상권이 더 침체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신촌역 앞 H공인중개업소 소장은 “예전보다 권리금이 10~15%가량 내린 것은 맞다”며 “하지만 대기업들이 들어오면서 권리금 대신 보증금을 높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전엔 보증금과 권리금을 합해 4억5000만원이었다면 지금은 보증금만 5억~6억원가량 주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실제 들어와보면 장사가 안 되니 대기업이 임대료만 올려놓고 나가고, 결국 공실만 남는 것”이라며 “신촌역 8번 출구 앞에 대기업이 들어온 전용면적 115㎡(35평) 화장품 매장도 보증금 10억원에 월 임대료가 2300만원이다. 보증금이 높아서 개인은 들어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촌동 백범로에 위치한 또 다른 S공인중개업소 소장도 “1층 기준으로 23㎡(7평)의 권리금이 3000만~3500만원, 보증금 3000만원, 월 임대료 250만~300만원 정도”라며 “월 임대료를 10만~20만원 깎아준다고 해도 건물주가 버티다 보니 계속 계약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