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계”..트럼프 관세, 美 중소기업에 고통 집중
2018-08-08 15:56
美 중소기업 사업성장 낙관전망, 2016년 대선 이후 최저
전기자전거를 생산하는 미국 스타트업 M2S바이크는 설계한 자전거를 중국 진화시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판매한다. 미국에서는 알맞은 모터를 찾기 어려워서다. 그러나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기자전거가 관세 대상에 오르면서 현재 3250달러짜리 자전거 한 대당 비용 부담이 425달러나 늘어나게 생겼다. 마진에 손해를 보지 않고 도매가를 얼마에 책정해야할지 고민에 빠지면서 M2S바이크는 판매 네트워크 확대에 집중하려던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창업 3년차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브릴리언트홈테크놀로지는 오는 9월 무선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스위치’를 249달러에 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경고로 가격을 299달러로 올려야 할 판이다. 브릴리언트홈테크놀로지의 공동 창업자 애런 에미는 “우리가 부담할 수 있는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제조원을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이 같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한 고통이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로 인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수익 악화가 예상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막강한 자본이나 네트워크가 없어 부담을 피해갈 방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공급업체, 제조공장, 가격책정 등 사업 전략을 전면 재고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미중 무역갈등에도 불구, 감세와 미국 내 경제 호조 덕에 이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관세 여파에 대한 우려를 털어냈다는 평가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주 실적발표를 마친 S&P500 기업 80%는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23.5%나 증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분위기는 다르다. WSJ이 의뢰해 비스티지월드와이드가 750여 중소기업을 상대로 설문을 벌인 결과 7월 기준, 향후 사업 성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2016년 대선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데이비드 알티그 애틀랜타 연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과에 대해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가 아직까지는 기업 투자에 작은 영향만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면 부정적 영향은 쉽게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준은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무역갈등이 미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트 연은 총재는 현지 기업들의 “불안이 목구멍까지 찼다"고 말했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기업들이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