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 칼럼]美달러 가치, 하락 추세에서 일시적 상승
2018-08-08 01:00
올해 3월 이후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서 5% 정도 상승했다. 그러나 달러 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을 보면, 달러 가치가 2017년부터 장기 하락 추세로 방향을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먼저 장기 추세부터 살펴보자. 1973년 이후 달러 가치 추세를 보면 크게 세번의 상승 국면과 세번의 하락 국면이 있었는데, 이는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최근 달러 가치 상승 국면은 2011년 8월에서 2016년 12월까지 64개월이었고, 이 기간 동안에 달러 가치는 주요국 통화에 비해 38%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2%에서 24.7%까지 높아졌다. 물론 달러 가치가 상승할 때 미국의 GDP에 비해 다른 나라 GDP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와 미국 GDP 비중은 정의 관계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2017년에 달러 가치가 7.0% 하락했고, 미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4%로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GDP 비중이 2022년에는 22.8%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달러 가치가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달러 가치는 1973년 이후 3차례 하락 국면에서 평균 108개월에 걸쳐 32.2% 떨어졌다.
실질금리가 이처럼 낮아진 것은 2007년부터 미국의 실제 GDP가 잠재 수준을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났고, 실제로 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2.1%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2.4% 올라,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정책 목표로 내세운 2%를 넘어섰다. 반면에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풀린 유동성은 명목금리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 5월 2.98%(월평균)까지 올라갔던 10년 국채 수익률이 7월에는 2.89%로 떨어졌다. 장기 금리가 하락한 것은 단기 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하고 있다.
1980년 1월에서 올해 6월까지 데이터로 달러 가치와 실질금리의 관계를 분석해 보면 상관계수가 0.71로 상당히 높다. 2000년 이후로는 상관관계가 다소 약화(상관계수 0.45)했지만, 여전히 이 두 변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 인과관계를 분석해 보아도 실질금리가 달러 가치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확대되고 있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도 달러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주요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데, 그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있다. 그런데도 미국의 무역적자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가 291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17억 달러에 비해 7.2% 증가했다. 대중 무역적자도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연준의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 탓으로 돌리면서 연준을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무역적자의 보다 근본적 요인은 달러 강세보다는 미국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낮은 데 있다. 미국 가계가 소비를 줄이지 않는 한 무역적자는 개선될 수 없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갈수록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환율전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장기적 시각으로 보면 2017년부터 세계에서 미국 GDP의 감소 추세와 더불어 달러 가치 하락 추세가 시작되었다. 여기다가 미국의 낮은 실질금리와 더불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전쟁은 달러 가치 하락 정도를 더 깊게 만들 수도 있다. 지난 4월 1054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35원까지 상승했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면 달러 가치 하락으로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각 경제 주체, 특히 수출과 관련된 기업은 이를 고려하면서 중장기 사업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금융시장 참여자도 달러자산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