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엔 기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의 제재를 위반하면서 불법적인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4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독립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작성한 이번 문건은 분량은 149페이지에 달하며, 유엔안보리의 북한제재 위원회에 지난 3일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에서 영변 핵단지 등이 여전히 가동되고 있으며, 원자로도 계속 가동중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북한이 제재 회피하기 위해 무려 89건의 불법 해상환적을 해왔다면서, 대형유조선을 이용해 석유를 환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아니라 북한은 석탄, 철강과 같은 물품들을 중국과 인도 등 다른 나라에 지속적으로 수출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올해 북한은 해상에서 석탄뿐만 아니라 선박 대 선박으로 이뤄지는 불법 석유제품 환적을 크게 늘려 안보리 결의를 계속 위반했다"면서 이로 인해 북한에 대규모로 부과된 원유·연료·석탄 거래 상한조치가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외교관들이 은행 계좌를 개설해 국제적 금융제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또 북한이 시리아 정부와의 불법적 거래를 계속하고 있으며, 리비아와 예멘 등에 무기수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한은 시리아의 무장 세력과 손을 잡고 이란의 후원을 받는 예멘의 호우티 반군들에게 무기를 팔고자했던 정황이 포착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평양은 억류 미국인 송환했으며,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유해를 돌려주고 위성 발사장 해체 등 긍정적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이는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비핵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조치"라면서 "이번에 나온 보고서는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험(ARF)에서는 북·미국 외교수장들의 신경전이 계속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ARF에서 동남아 국가들에게 북한에 대한 제재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제재만 강조하는 미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일 기자들과 만나 "모든 국가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 대북제재를 집행하기를 바란다"면서 "북한의 궁극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 세계의 목표를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미국은 심각하게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 외무상은 같은 날 ARF 연설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핵실험과 로켓 발사시험을 멈추고 핵시험장 폐기 등 앞서서 선의의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은 제재를 유지만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