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주취자 또 의사 폭행…철제 트레이로 정수리 내리쳐

2018-07-31 16:50
응급구조사‧간호사도 당해… 경북 구미와 전북 전주에서 각각 발생

31일 전국 구미소재 구미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현장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응급실 주취자 폭행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3일 간격으로 경북 구미와 전북 전주에서 각각 발생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31일 새벽 4시경 구미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전공의 김 모씨를 폭행했다.

CCTV 확인 결과, 김 씨는 가해자 남성을 치료하다 차트 작성을 위해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자리를 옮긴 순간 폭행을 당했다. 남성은 철제 소재의 혈액 샘플 트레이로 김 씨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남성은 김 씨를 폭행한 뒤 병원 로비 쪽을 배회하다 또 다른 입원환자를 공격하려 했으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제지로 연행됐다.

현재 폭행당한 김 씨는 동맥파열로 인해 심한 출혈과 뇌진탕에 의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구미차병원 신경외과에 입원한 상태다. 전치 3주와 함께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에는 술에 취한 환자가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를 폭행했다.

당시 주취자는 새벽 5시경 전주시 모 지구대에서 지역 119구급대원을 통해 모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술에 취한 환자에게 수액주사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환자는 스스로 수액을 제거하고 화장실로 이동했다.

이후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화장실로 따라 들어온 응급구조사 김 모씨를 발로 차고 할퀴는 등의 폭력을 휘둘렀다. 이를 말리기 위해 들어간 간호사 임 모씨에게도 머리채를 잡고 폭언하며 난동을 부렸다.

피해를 당한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는 현재 타박상과 찰과상으로 치료 중이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는 경찰에 형사고발 조치됐다. 

최근 전북 익산 응급의료센터에서 주취자가 의사를 폭행하고, 강릉에서 환자가 의사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등 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의료계 종사자 불만은 현재 극에 달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간호협회는 이번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의료계 종사자 폭행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31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의사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보건의료종사자들은 365일 24시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응급의료현장에서의 폭력은 의료종사자뿐 아니라 응급처치를 받아야 할 다른 환자들에 대한 진료방해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인 폭행사건과 관련한 강력한 처벌과 관계기관의 법‧제도적‧행정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 폭행의 심각성을 주제로 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실제 피고인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금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