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 냉각 조짐…"사기엔 너무 비싸졌다"

2018-07-27 17:27
주택판매 둔화 뚜렷…모기지 대출도 감소세
적당한 가격의 매물 사라지며 거래도 ↓

 

[사진=아주경제 DB]

미국주택가격지수 (US House Price Index)

 

[그래픽 =트레이딩 이코노믹스 ]


저금리를 발판으로 달아오르던 미국 주택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판매증가율은 둔화했다. 전문가들은 임금상승률에 비해 빠르게 오르는 주택가격이 이제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이르렀다면서, 한동안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판매는 줄고 가격상승률은 주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6월 신규주택 판매 건수가 전월 대비 5.3% 줄어든 61만 1000건이라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인 2.9% 감소한 66만 9000건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신규주택 판매는 지난해 말 이후 최저치다. 기존주택판매는 6월에 4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Federal Housing Finance Agency)에 따르면 기존 주택의 가격은 지난 5월 6.4%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초이래로 전년대비 증가분 중 가장 낮은 것이다. 최근 3개월간 상승률 역시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낮다. 

주택 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상승폭은 둔화하고 있다.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신청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모기지 이자는 높아지고 있다. 한동안 줄었던 주택 재고 역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햇다. 

CNBC는 "주택시장에서 균열이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택 시장 중 한 곳인 덴버의 경우 6월 주택판매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5.5%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회사 리맥스(RE/MAX)에 따르면 덴버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리맥스의 대표인 아담 콘토스는 "매년 부동산 가격은 2년 넘게 올라왔다"면서 "판매 둔화는 재고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리서치 전문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비싼 남부 캘리포니아의 LA, 오렌지,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 벤추라, 샌디에고 등 남가주 6개 카운티의 6월 신규 및 기존주택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11.8%나 줄었다. 수요는 여전히 있고,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실제 매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적당한 가격의 매물 적어"…"가격 너무 올라 구매자들은 신중" 
 
이처럼 매매 자체가 줄어드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적당한 가격'의 매물 부족을 꼽았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소유 비중은 늘어났다. 지난 2분기 기준 35살 미만 인구의 주택소유 비중은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미뤄졌던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구매가 몰리면서 최근 몇년간 미국 주택시장의 가격은 급격하게 올랐다. 
 
그러나 올해로 접어들면서 지나친 가격 상승은 수요증가에 제동을 걸었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는 25만 달러이하 주택의 판매가 급격히 줄었다"면서 "건축업자들이 원자재와 노동비 증가 등을 이유로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짓지 않고 있으며, 금융위기 당시 서민 주택을 대거 사들였던 이들은 가격을 높여서 되팔거나, 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통신은 또 "구매자들은 금리인상 압박을 더심하게 받고 있으며, 임금인상율에 비해 2배나 높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구매에 한계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주택판매 둔화는)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주택시장이 버블기에 접어든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소 냉각되고는 있지만,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비슷한 주택시장의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에드 스탠스필드(Ed Stansfield)는 "현재 주택 가격은 안정적이다"라면서 “구매자들은 앞으로 주택 가격이 다소 하향 조정되거나 최소임금인상 속도와 비슷하게 오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주택 구매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스필드는 올해 부동산 가격이 5% 전후로 상승하며, 내년에는 3% 정도 오를 것으로 보앗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5년 부동산 가격은 10.7% 올랐다.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도 주택시장 붕괴의 안전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Pantheon Macroeconomics)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이안 셰퍼드슨은 "시장 금리가 언제 어떻게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금융위기처럼 위기가 갑자기 번질 것리라고는 보지않았다. 대출 규제가 강화했으며, 임금도 늘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주택시장이 식어가면서 신규주택 건설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이 줄면서 건설업자들이 새로 주택을 짓는 것을 망설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6월 신규주택 중간 판매 가격 역시 30만2100달러로 지난해 6월에 비해 4.2%가 떨어졌다. 중간 판매가격은 지난 3월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