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반도체 고점 논란에도 올해 영업익 20조 뚫는다

2018-07-26 09:13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만 9조9000억원... "이변 없는 한 무난히 달성할 듯"
반도체 호황 내년부터 꺾일 가능성 대두... 수익처 다변화로 돌파구 모색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가격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1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연간 영업이익 20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둘째로 연간 영업이익 20조원 테이프를 끊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도 기술 경쟁력 강화와 파운드리(반도체수탁 생산) 사업을 통한 수익처 다변화로 시장 우위를 지켜나간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영업이익 11조 전망···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
26일 증권가와 업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D램 업황의 우려에도 올 하반기 영업이익이 11조원 중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13조7000억원)과 맞먹는 수준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9조9300억원)을 더하면 연간 영업이익 20조원을 무난히 넘어서게 된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쟁사의 증설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어 D램의 공급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11조5900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21%의높은 증가세를 시현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많은 우려 속에서도 D램의 업황은 양호하게 전개 중이고 그 흐름은 올 하반기 및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제한적인 공급 증가 속에서 큰 폭의 가격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내년까지 반도체 호황 이어질지는 ‘미지수’
일각에선 내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양산 개시 등에 따른 충격완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3일 D램(DDR4 8Gb 2133·2400MHz 기준) 현물가격은 7.95달러로 6개월 만에 처음으로 8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D램 가격이 지난해와 같은 상승 추세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D램의 가격하락세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염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내년 상반기부터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분기 사상 최고 기록 경신 행진이 올 4분기 또다시 멈춰설 수 있다”며 “오는 4분기부터 6% 내외의 D램 평균 판가 하락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이익은 내년 2분기 4조2000억원까지 감소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의 수익성 위주 전략이 하반기부터 이익 총계를 확대하는 영업 우선 전략으로 선회된다"며 "삼성전자의 전략 변화 시점은 언제나 업황 변곡점이었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 등 수익처 다변화로 정면 돌파
SK하이닉스는 현재 총 매출의 70%가 넘는 D램 위주의 수익구조의 전환을 통해 ‘연착륙’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낸드플래시와 파운드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서다.

SK하이닉스는 아직까지 개발 사례가 없는 96단 3D(3차원) 낸드플래시 개발을 올해 완료하고 내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5세대인 96단은 64단보다 적층수를 50% 이상 높인 것이다.

생산량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2조2000억원이 투자된 충북 청주 반도체 공장 건설을 올해 말 완료해 내년부터 3D 48단과 72단 제품을 본격 양산한다. 올해 설비투자액도 지난해 10조3000억원에서 30%가량 늘려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 중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며 “나머지 부분이 낸드플래시에 나오고 있어 이 부분을 강화할 경우 수익구조는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파운드리 전문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중국 장쑤성 우시 지방정부 산하 투자회사인 '우시산업집단'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올 하반기에 현지 공장 착공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아날로그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겨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성도 높여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에 편중된 사업구조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해 활로를 찾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