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코끼리 사냥터'는 버크셔해서웨이…대형 바이백 예고
2018-07-19 08:15
자사주 매입 규정 완화…버크셔 주가 7년 만에 최대폭 상승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이 마침내 '코끼리 사냥'을 재개할 태세다. 표적으로 삼은 건 다른 아닌 버크셔.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CNN머니 등에 따르면 버크셔 이사회는 전날 자사주 매입(바이백)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고 발표했다. 버핏과 찰리 멍거 부회장이 버크셔 주가가 회사 내재가치보다 낮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는 게 바뀐 규정의 골자다.
버핏이 곧 자사주 매입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날 버크셔 주가가 5% 넘게 급등했다. 하루 상승폭이 7년 만에 가장 컸다.
미국 증시가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굳건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바이백이다. 버크셔의 바이백은 뉴욕증시 랠리에 더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버크셔는 그동안 자사주 매입에 인색했다. 마지막으로 바이백을 실시한 게 2012년이다. 당시 성과도 좋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보수적인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버크셔는 그동안 주가가 장부가치보다 20% 이상 높으면 자사주를 사들일 수 없었다. JP모건체이스는 버크셔B주의 장부가치를 약 149달러로 평가했다. 내재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은 236달러. 버크셔B주는 최근 199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장부가치보다 34%가량 높지만, 내재가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셈이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하지만, 완화된 규정으로는 바이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버핏이 현금성 자산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린 건 통 큰 베팅, 이른바 '코끼리 사냥'을 할 투자처가 마땅치 않았다는 방증이다. 버핏은 2015년 미국 고강도 금속부품업체 프리시전캐스트파트를 370억 달러에 인수한 뒤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식품기업 크래프트하인즈를 통해 영국·네덜란드 합작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2009년부터 강세장이 이어져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막대한 현금을 그냥 쥐고 있는 건 수익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CNBC는 버핏이 결국 버크셔 텃밭에서 '코끼리'를 찾아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안 그래도 그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오랫동안 회사 장부가치와 내재가치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부가치가 사업에 돈이 얼마나 투입됐는지 보여주는 지표라면, 내재가치는 앞으로 돈을 얼마나 더 벌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데이비드 롤프 웻지우드파트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가장 큰 코끼리가 오마하 동물원에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네브라스카주에 있는 오마하는 버핏의 고향이자, 버크셔의 거점이다.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