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심야 전기료 인상, 업계 우려에 정부 "속도 조절"
2018-07-17 14:45
백운규 장관 "연내 (인상)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
기업 경영 여건 고려…"늦추는 것이지 중단은 아냐"
기업 경영 여건 고려…"늦추는 것이지 중단은 아냐"
정부와 한국전력이 그간 심야 시간의 산업용 전기요금 연내 인상 계획을 거듭 밝혔으나 산업계 우려가 커지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특히 그간의 입장을 뒤집어 연내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업용 경부하(심야 전기) 요금에 대한 업계 우려를 충분히 들었고, 그런 우려를 반영해 이 문제는 속도 조절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애초 연말까지 하겠다고 발표했던 경부하 요금 인상 일정에 대해 "연내에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예정대로 연말까지 수립하겠다면서도 "전체 산업과 업종별로 전기요금이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백 장관은 "삼성전자의 에너지 사용량이 현대제철 다음으로 두 번째인데, 제조 단가의 1%를 차지한다"며 "기업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사업을 만들어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철강업계는 그동안 자국 반덤핑 조사에서 한국 철강업계가 낮은 전기요금이라는 형태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입장을 바꾼 이유는 철강과 석유화학, 반도체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에서 경부하 요금 개선이 '실질적인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경우, 제품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이른다"면서 "산업용 원가 회수율은 2016년 기준 114%로 높은 수준인데도, 정부는 가격 인하보다 한국전력공사의 배만 불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심야 시간의 경부하 요금을 올리되 다른 시간대 요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기업의 전체 요금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재차 밝혔지만, 기업의 우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통상압박 등으로 현재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여러 악조건이 겹치다 보니,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부는 경영 여건 등을 고려해 늦추겠다는 것이지, 경부하 요금 조정 자체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낮은 경부하 요금으로 인해 낮에 돌릴 공장도 밤에 돌리고, 가스와 석유 등 다른 에너지를 사용할 곳에 전기를 사용하는 등 전력 낭비가 심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부하 요금 조정으로 인해 부담이 커지는 업계가 많을 경우, 어떤 형태로든 조율해 보겠다는 의미이지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상태의 경부하 요금제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 장관은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 "참 어렵고 우리가 가진 대응방안도 한정적이다. 그렇지만 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두 나라 사이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게 현명하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우리 나름의 전략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자동차 조사에 대해서는 "미국 정·재계에 있는 분들은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한국이 대상이 아닐 것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미국의 4위 수입국이고,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며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적용은 철강과 비슷한 방식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애초 우리나라를 철강 관세 대상국에 포함했지만, 이후 협상에서 수출 쿼터(할당)를 조건으로 관세를 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