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빅브라더 되나] ③개인정보 마케팅 활용 금지가 해결책?

2018-07-14 06:00
현행법으로 마땅한 대응책 없어

#회사원 나보험 씨(가명)는 A, B생명보험사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에, C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에, D손해보험사 실손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나 씨는 최근 각 보험사의 개인정보활용에 무심코 동의한 이후 보험사로부터 이상한 연락을 자주 받고 있다.

A생보사는 나 씨가 가입한 B생보사 보험을 정확히 언급하며 이를 해지하고 이보다 더 좋은 자사의 상품에 가입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B생보사 역시 나 씨가 가입한 A생보사 상품보다 더 좋다며 자사 상품을 권유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후에는 C손보사에서 전화가 온다. 나 씨가 D손보사에 가입한 실손 보험을 해약하고 더 좋은 자사의 상품에 가입하라는 전화다.

A~D보험사 모두 경쟁사 상품을 해약하고 자사의 상품에 나 씨를 가입시키기 위해 치열한 영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각 보험사에서 나 씨가 가입한 경쟁사 상품을 분석해 이를 저격하는 신상품도 개발됐다.

이는 A~D보험사가 나 씨가 가입한 모든 보험 상품 정보를 속속들이 저장·활용하고 있기에 할 수 있다. 나 씨의 모든 보험 정보는 이미 A~D보험사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된 상태다. A~D보험사는 나 씨와 유사한 고객 수십만 명의 정보를 수집·저장하고 이를 영업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조만간 고객이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보험사가 수집해서 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고객들은 이에 대비해 개인정보수집과 마케팅 활용 동의를 주의 깊게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보험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고객 안내를 강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T 기술의 발전으로 보험사 영업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높으나 이에 대한 대비책은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자칫하면 가까운 미래에 상기한 예시처럼 몇 곳이나 되는 보험사의 영업적 접근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영향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보험사가 영업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고객 정보 수집이나 이를 활용하는 것도 고객이 동의한다면 현행법으로 제한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말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고객이 개인정보수집 및 제공이나 마케팅 활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접근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재 보험가입이나 보험금 청구 등을 위한 청구서 양식 중 개인정보수집 및 제공이나 마케팅 활용 등에 관한 동의사항이 있다. 고객이 이에 동의하면 보험사는 해당 고객의 정보를 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고객들의 의무적으로 동의를 해야 청구서를 제출할 수 있는 필수적 동의사항이었으나,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지금은 선택적 동의사항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아직 이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부분 고객들이 개인정보수집 및 제공이나 마케팅 활용 동의를 필수적 동의사항으로 알고 이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보험사가 고객의 보험정보를 제한 없이 수집해 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보험사가 개인정보수집 및 제공이나 마케팅 활용과 관련해 고객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부분 보험사가 상세한 안내 없이 고객에게 마케팅 활용 등에 대한 동의사항 결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아직 많은 고객들이 이를 자세히 알지 못하고 보험사에서도 이를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객의 정보를 속속들이 알게 되는 세상이 오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도 이에 대해서 고민해야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