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들, 정작 당 지도부에 쓴소리 하지 않는 속내는?
2018-07-12 20:38
"당내 토론 활성화해야 바람직"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의원들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과 청와대만 바쁘고 당은 한가하다는 이야기가 우리의 현주소다.”(우상호 의원)
“총선이 2년 남았는데 1년 동안 혁신하지 못하면 지난 보수정당을 답습할 위험이 있다. 솔직히 당이 뭐 하는지 모르겠다.”(기동민 의원)
지난 1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집담회와 지난 5일 초선 의원 토론회에서 각각 나온 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8·25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에 쓴소리를 전했다. 각자 생각하는 차기 당 대표의 모습, 당이 가야 할 방향 등을 솔직하게 쏟아냈다.
또 “혜화역 시위에 우리 당 국회의원 몇명이 갔느냐”고 반문하며 “소리 나는 곳을 돌아보는 게 여당이다. 무관심하면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 의원은 당시 토론회에서 “여성 최고위원 지명 할당제를 과거로 돌리는 결정을 했다가 문제가 되니 재검토한다는 지혜를 발휘했다”면서 “심각한 가치 훼손이자 소통을 하지 못하는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이유는 ‘열린우리당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당시 의원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는 바람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다. 이른바 ‘탄돌이’라고 불리는 108명의 초선 의원이 국가보안법 폐지·언론 개혁·역사 바로세우기·사학법 개정 등 4대 개혁 입법을 밀어붙였지만 실패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의총에서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자칫 소통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게 잘 하려면 당내 토론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의원들의 의견이 수렴돼 국정에 반영돼야 의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 의원 역시 이런 점을 지적했다. 그는 “여당 내 이견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고려 때문에 당이 경직되고 있다”며 “의총에서 의원들이 발언을 안 한다. 당 대표의 1인 독주가 계속되는 방식이 민주적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