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사모펀드 부자만 투자 ‘옛말’

2018-07-12 18:41
사모펀드 설정액 공모펀드보다 약 80조원 많아
일반 투자자들은 '공모형 사모재간접펀드' 주목

공모펀드보다 잘 팔리는 사모펀드는 한때 부자만 독차지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공모형 사모재간접펀드 출시로 문턱이 낮아졌고, 소액투자자에게도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12일 신영증권이 집계한 국내 펀드 설정액을 보면 사모형은 6월 말 기준 311조원으로 공모형(232조원)보다 80조원 가까이 많았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모펀드 설정액은 2012년 이후 꾸준히 늘었고, 2016년 9월부터 공모펀드를 앞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식형펀드도 사모형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상반기 공·사모형 주식형펀드에 들어온 자금 2조2000억원 가운데 사모형 비중은 99%에 가까운 2조1700억원에 달했다.

공모형보다 규제를 덜 받는 사모형이 훨씬 큰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오광영 연구원은 "사모펀드는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라며 "투자자 요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맞춤형 운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정부도 사모펀드에 힘을 실어줬다.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이 2015년 10월 시행됐고, 사모형 상품만 내놓는 자산운용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오광영 연구원은 "세계 금융시장은 하반기도 미국 금리인상이나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로 불안할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모펀드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도 14개 투자자문사가 사모펀드 전문 자산운용사로 전환했다"며 "회사가 늘어나면서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모형 사모재간접펀드는 사모펀드 시장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사모펀드는 최소 1억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출자자 수도 49명으로 제한돼 소액투자자는 접근하기 어렵다. 반면 공모형 사모재간접펀드는 수백만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면서도, 사모펀드 투자와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빅2'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도 공모형 사모재간접펀드를 내놓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 스마트 헤지펀드 셀렉션'은 2017년 9월 출시한 1호 사모재간접펀드다. 설정액은 벌써 1000억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최소가입액은 500만원"이라며 "헤지펀드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투자자를 흡수하면서 규모를 계속 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 솔루션 코리아 플러스 알파'를 내놓았다. 국내외 헤지펀드를 8개가량 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 헤지펀드까지 담아 위험을 분산시켰다"라며 "투자하는 자산도 다양해 요즘처럼 시장 변동성이 클 때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성과도 좋다. 미래에셋 스마트 헤지펀드 셀렉션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5%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 솔루션 코리아 플러스 알파는 2%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 이에 비해 국내와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같은 기간 -8.25%와 -2.71%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