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왜 나토를 몰아치나?…유럽과 무역전쟁 지렛대 역할도
2018-07-12 13:12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에 오래된 동맹 균열 심해져
무역적자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과 경제 연결시켜
무역적자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과 경제 연결시켜
미국과 유럽 동맹의 상징 중 하나였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 나토 무용설 주장하던 트럼프 방위비 분담 압박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에 대한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16년에는 구소련에 맞서 세워진 나토가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이며, 더이상 쓸모없다고 지적했다. 이후에는 태도를 바꿔 여전히 쓸모있기는 하지만, 각 회원국들이 방위비는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부터 트위터를 통해 나토 유럽 회원국들과의 갈등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11일 트위터에 "미국은 유럽 보호 비용을 지불하면서 무역에서는 수십억 달러를 손해보고 있다"면서 "(다른 나토 회원국들은) GDP 대비 2%를 2025년까지가 아닌 즉각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유럽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분담 증가를 요구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유럽 국가들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처럼 유럽이 미국에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는 논리로 요구한 적은 없다고 CNBC 등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당시 중동과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나토의 방위력 강화를 위해 방위비 충당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압박은 최근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무역전쟁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전에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미국의 농부와 노동자, 그리고 기업들이 유럽에서 제대로 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면서 (미국의 대유럽 적자 1510억 달러), 미국이 나토를 통해 그들을 보호하고 비용을 대주기를 원한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의 여러 발언은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겨냥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독일에 대해 대규모 무역 적자를 내고 있다"면서 "독일은 나토 방위금도 원래 내는 것보다 적게 낸다"고 지적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럽과의 무역협상에서 방위비 문제를 끌어들일 경우 협상의 조건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베를린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세계무역기구(WTO) 질서와 다자주의를 존중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나토 정상들은 공동 선언문에 GDP 대비 2%를 확고하게 이행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구체적 노력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이를 촉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에도 '총구'를 겨눈 무역전쟁에 나선 데 이어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방위비 증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 그가 미국과 나토의 '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유럽 동맹국들과의 갈등의 골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의 러시아 가스 추진사업을 거론하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정부를 '러시아의 완전한 통제를 받는 포로'라고 집중 비난했다. 이란 핵합의 문제와 독일의 대미 무역흑자 등 여러 사안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결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