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쉬운 뉴스 Q&A] 노동이사제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요?

2018-07-11 08:02

노동이사제 관련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융감독원이 최근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근로자추천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의견 수렴을 위해 올해 연말까지 공청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노동이사제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대체 노동이사제가 무엇이기에 정부에서 강력하게 도입하려고 추진하는 것일까요? 또 금융권에서는 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Q. 우선 노동이사제는 무엇인가요?

A. 노동(근로)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가지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동자를 기업 경영의 주체 중 하나로 보고 노동자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이죠. 이사회에 참여한 노동이사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유럽에서는 독일을 포함한 19개 국가가 노동이사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기업 규모에 따라서 이사회의 절반까지도 노동자 대표로 채우도록 규정돼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가 2016년 정원이 100명 이상인 산하 투자·출연기관 13곳에 노동이사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토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도입됐습니다.

Q. 노동이사제가 왜 이슈가 되고 있나요?

A.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5개년 계획에 따르면 100대 국정과제에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어요.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민간 기업으로 차츰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도입이 이르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을 놓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Q.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도 한다면 좋은 제도 아닌가요? 왜 반대하나요?

A. 기업의 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사회 소속 멤버는 기업의 CEO를 정하는 등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강력한 권한이 있습니다. 노동이사가 이사회 멤버로 포함되면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의사와 달리 이사회가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또 노동이사 때문에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일각에서는 노동이사제가 우리나라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해 반대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즉 자유시장경제체제를 명시한 헌법의 정신을 감안하면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Q. 노동이사제가 정말 헌법에 위배되나요?

A. 노동이사제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서울시에서는 헌법이 보장한 자유시장 경제질서는 경영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개념으로서 근로자들의 경영권 참여 금지를 뜻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노동이사제는 노동자의 책임성과 주인의식을 강화해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기본가치에 부합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은 어떻게 되나요?

A.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도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에서 추진하는 것처럼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이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이후 이해관계자 및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감안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