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3주택 겨냥 종부세 화살…전문가들 "강남권·갭투자자 직격탄"
2018-07-06 16:11
실질적 거래 빈번한 과표 6억~12억원 주택 소유자 및 3주택 다주택자, 2~3년 내 세금 압박 불가피
단기적으론 관망세 예상…향후 조세저항 거세질 가능성도
단기적으론 관망세 예상…향후 조세저항 거세질 가능성도
정부가 내년부터 초고가 주택 소유자, 3주택 이상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인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긴 어렵겠지만,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경우 추후 2~3년 내 세금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종부세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종부세 공정가액시장비율을 연 5%씩 90%까지만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서 제시한 권고안 상한선(100%)보다 낮아진 것이다.
또 과표 6억원 초과 3주택 이상자의 경우 0.3%p를 추가 과세키로 했다. 정부가 이번 종부세 주요 대상을 실질적 거래가 많이 발생하는 구간대 아파트와, 3주택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점차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종부세 부담이 상승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박 위원은 "또 과표 6억원 초과는 시가 합계액 19억원 초과 주택에 해당된다. 이렇게 되면 주로 서울 및 수도권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세 부담이 늘 것"이라며 "저가 주택이 많은 지방 아파트만 3채 정도 보유한다면야 영향이 없겠지만,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를 함께 보유할 경우 종부세 부담이 늘어난다. 전반적으로 다주택자들은 당장 매각에 나서기보다 당분간 관망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점진적이긴 하나 재건축 등 고가 부동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보유세 부담이 강화되는 구조"라며 "강북보다는 고가 부동산이 몰려 있는 강남권 거래시장의 심리적 타격이 예상된다. 또 1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 등 부동산 과다 보유자의 종부세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종부세 과세 강화 충격은 내년부터 현실화될 예정이지만, 보유하고 있는 동안 부담은 지속된다. 다주택자라면 강남권 주택은 증여, 강북권 중소형 주택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세부담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최근 기존 주택시장에서 분양시장으로 이동한 수요자의 구매선호도를 고려할 때, 기존 주택시장 거래량 감소와 수요위축은 연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고가 주택 시장에서 6억~12억원 사이는 거래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간"이라며 "정부가 이들 단지의 세금 압박을 높여 세수 효과를 높이고,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구입하려는 갭투자 행태를 근절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하향 기조에 접어든 상황이다. 공정가액도 올리고, 세율도 높이면 2~3년후 집주인들이 굉장히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들의 조세저항도 점차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과세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생각보다 많은 세수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편 종부세 인상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재정특위의 권고안을 상당 부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공정시장가액비율 부담은 오히려 낮아진 셈이 됐고, 과표 구간 수정도 생각만큼 많지 않다"며 "특히 현금 여력이 있는 고가 아파트 수요층은 정부가 세율을 높인다고 해서 매물을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기보다는 향후 시장 동향을 살펴보며 관망하려는 수요층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