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는 지금] 복스가 만들고 넷플릭스가 퍼트리는 '익스플레인'
2018-07-05 17:53
언론사 다큐제작에 뛰어들다
복스(Vox) 미디어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15분짜리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를 만들었다. 뉴욕타임스도 케이블 방송사 'FX'와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2005년 등장한 복스 미디어의 출발점은 스포츠 블로그였지만 지금 복스는 뉴미디어 제국이 됐다. 시사와 정치 등 이슈를 다루는 복스를 비롯해 IT분야의 '더 버지(The Verge)', '폴리곤(Polygon)', '리코드(recode)'와 부동산의 '커브드(Curbed)', 맛집과 음식을 다루는 '이터(Eater)' 등 다양한 매체를 가지고 버티컬 브랜드를 만드는 언론사가 복스 미디어다.
2014년 복스는 '카드 스택(Card Stack)'를 만들어 전통 언론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카드 스택은 현재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카드뉴스의 초기 버전이다. 한 페이지에서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된 카드를 넘기며 기사를 읽는 방식이다. 카드 형식을 가지고 온 게시판으로 이해하면 쉽다. 카드 스택은 관련 소식이 갱신 되면 내용을 추가하고 수정해 완성도를 높였다. 일회성 성격이 짙은 뉴스 콘텐츠의 생명을 연장한 것이다.
복스는 한발 더 나아가 카드 스택에서 발전된 형태의 기사 콘텐츠 익스플레인(explainers)를 만든다.. 카드스택처럼 질문과 대답을 번갈아가며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이지만, 익스플레인은 10분 미만의 영상이었다.
깊이 있는 사회문제를 단순하고 속도감 있게 편집한 익스플레인은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익스플레인은 다양한 플랫폼을 염두하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 복스 영상을 총괄하는 조 포스너(Joe Posner)는 복스에 "종이신문은 버리면 사라지고 텔레비전 쇼를 보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디지털 미디어는 한계 없이 접속하고 검색할 수 있다"며 "2015년부터 시각적 저널리즘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구현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멜리사 벨(Melissa Bell) 복스 공동 창업자는 미국 경제지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더 나은 텔레비전을 만들 기회가 다가왔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지금 영상 르네상스 시대에 있지만 뉴스 분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 나은 텔레비전은 모바일로 풀이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은 뉴스나 다큐멘터리는 텔레비전에 얽매이지 않고 제작하고 유통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미 복스의 유튜브 채널 가입자 수는 4백만명이 넘는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익스플레인 다큐멘터리는 190개국의 1억 2천 5백만 회원에게 노출된다. 나라에 맞는 자막까지 추가돼 언어의 한계도 없다.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예고편>
예컨대, 서태지와 아이들을 시작으로 싸이, 방탄소년단까지의 이야기를 20분 만에 짚어보는 익스플레인 '케이팝의 모든 것' 편이 지상파 매체 도움 없이 190개국에서 노출 되는 것이다.
존 포스터는 복스에 있기 전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90분 분량의 타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통까지 생각하면 꼬박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존 포스터는 이 과정이 말 그대로 '숨 막힌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다뤄지는 콘텐츠는 호흡이 짧고 빠르다. 마치 잡지를 만드는 것처럼 영상 콘텐츠가 나온다. 반응이 좋으면 에피소드를 추가할 수도 있다. 급박한 사건은 간단하지만 빨리 만들 수 있다. 업로드 버튼을 누르면 유통에 대한 고민도 적다.
다큐멘터리에 손을 대는 것은 복스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도 3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더 위클리(The Weekly)'를 케이블 방송사 FX와 제작해 연말부터 방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스 미디어도 HBO와 함께 뉴스를 제작하고 자체 케이블 방송 채널을 운영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