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공익법인...총수일가 지배력확대·경영권 승계 수단 전락

2018-07-01 12:00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보유자산 21%가 주식...전체 공익법인의 4배 달해
2세 출자 회사 및 핵심 회사 지분 집중 보유...수익기여도는 1% 불과
공정위, 삼성생명공익재단·정석인하학원·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현대차정몽구재단 주목

재벌기업의 사회공헌을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이 고유사업은 뒷전인 채 총수일가의 지배력확대나 경영권 승계 등의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계열사 주식 보유로 수익을 거두지도 못하면서 총수 2세의 지배력만 키우기도 해 공익재단에 대해 겉과 속이 다른 ‘두 얼굴’을 갖고 있다는 비난도 쇄도한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소속 ‘상증세법상 공익법인’ 165개 중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28개 소속 공익법인이 115개(69.7%)에 달하고 기타 집단 23개 소속 공익법인은 50개(30.3%)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말 이들 공익법인의 평균 자산규모는 1229억원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평균 자산규모는 1649억원으로 전체 공익법인(261억원) 대비 6.3배에 달한다.

공익법인 설립시 출연자는 △계열회사 △동일인 △친족△비영리 법인·임원 순으로 출연빈도가 높았다. 현금만 출연한 법인은 105개(63.6%)로 가장 많았으며 주식이 출연된 경우는 38개(22.8%)에 그쳤다. 38개 주식 출연 공입법인 중 주식 출연자가 총수일가인 법인은 30개(78.9%)에 달한 반면, 계열회사가 주식을 출연한 공익법인은 4개(10.5%) 수준에 머물렀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서 동일인·친족·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는 138개(83.6%)에 달했다. 공익법인 중 동일인·친족 등 총수일가가 대표자인 곳은 68개(41.2%)로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수익사업을 보면, 사회공헌 등 고유목적 사업을 위한 수입·지출은 30% 수준에 불과해 전체 공익법인의 60%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들 공익법인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에 대한 주식을 차지하는 비율은 16.2%로 상당히 크지만, 이로 인한 수입은 1.06%로 낮았다.

여기에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자산구성 중 주식 비중은 21.8%로 나타나 전체 공익법인의 5.5% 비중과 비교해도 4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공익법인들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 중 △상장회사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회사 △해당 기업집단의 대표이사 △총수2세가 주식 보유한 계열사 등의 주식을 집중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입법인 보유의 119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63.9%, 자산규모 1조원 이상 대형 회사 비율은 68.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들 119개 계열사 중 57개사(47.9%)에 대해 공익법인 외 총수 2세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12개사(94.1%)의 주식에 대해서는 상증세 면제 혜택을 적용받는다. 더구나 공익법인은 보유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에 100% 찬성을 보이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내부거래 현황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5개 공익법인 중 2016년도 △동일인관련자와 자금거래 △증권거래 △자산거래 △상품용역 거래 등 내부거래에 나선 공익법인은 100개(60.6%)일 정도다.

특히, 공정위는 이같은 공익법인의 악용과 관련, △삼성그룹의 삼성생명공익재단 △한진그룹의 정석인하학원 △금호그룹의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정몽구재단 등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익법인에 대한 내부통제 및 시장감시 장치가 없다"며 "이번 실태조사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2016년 발의된 법안 등 제도개선과 관련돼 있고 별도 조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공익법인 경제력 집중 등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