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의약품 수출 3위국 베트남 ‘장벽’ 높아지나
2018-06-30 09:30
한국 불리한 베트남 입찰규정 개정안 시행 초읽기
당초 6월 내 예상됐던 베트남 보건부 의약품 입찰규정 개정안 수정이 불투명해지면서, 국산 의약품 수출 장벽이 높아질 것이란 제약업계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베트남 보건부는 우리나라 수출의약품 입찰등급을 현행 2등급에서 6등급으로 네 단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의 의약품 입찰규정 개정안을 입안예고 한 후 현재까지 개정안 수정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식약처와 협회는 베트남 정부가 입찰규정 개정안을 7월에 시행하겠다고 예고하자, 이를 재조정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시도했다. 협회는 관계자들이 직접 베트남을 찾아가 면담과 현황파악을 진행하고, 국내 업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식약처에 전달했다.
이 성과로 국내에서는 베트남 보건부가 이달 중에는 기존 개정안을 수정하는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베트남 보건부는 수정된 개정안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국내로서는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로선 이제까지 수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현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베트남은 공공의료기관이 많아 입찰로 의약품을 조달한다는 특징이 있다. 입찰 시 국가별로 등급을 매겨 진행하는데, 한국은 2014년 식약처가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가입해 입찰등급이 2등급까지 상향 적용됐었다.
또 2015년 12월 발효된 한·베트남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국내 사업자에게 법인세 면제 혜택이 주어지면서 제약산업을 비롯해 여러 분야 교류가 크게 확대됐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65개 제약사가 베트남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내 의약품 수출국 중 3위다.
그러나 베트남은 유럽, 미국, 일본으로부터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인정받은 경우에만 1~2등급으로 인정되도록 지난해부터 입찰규정 개정에 나섰다. 이대로 확정된다면 한국은 최하위등급(6등급)으로 떨어져 사실상 입찰 순위에서 멀어지게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약업계는 베트남 의약품 수출에 난항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해왔다. 최하위등급으로 하향될 경우 제약사로선 사실상 시장 진입조차 어려워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중국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대로 추진되면 베트남에 대한 국산의약품 수출 판로가 좁아지는 건 시간문제”라면서 “많은 제약사가 베트남과의 교류를 넓혀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개정안은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