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진흥공사만 바라보는 정부…만능키 될 수 있을까
2018-06-28 16:09
내달 5일 출범…부처간 완만한 조율이 관건
업계, “자본금 5조원으로는 밑 빠진 독 물 붓기”
업계, “자본금 5조원으로는 밑 빠진 독 물 붓기”
다음달 5일 출범 예정인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공사)가 벌써부터 관심이다.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은 잡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태다. 당장 초기 자본금부터 정부와 업계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초대 사장으로 선임된 황호선 전 부경대 교수가 어떤 묘수를 낼지도 지켜볼 일이다. 황 사장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해양수산부는 황 사장이 국제경제를 전공하고 글로벌 무역거래와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는 점을 선임 배경으로 꼽았다.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정책자문위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특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정부가 거는 기대치는 상당하다. 해운재건의 ‘만능키’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공사는 해운금융지원은 물론 △해운거래 지원 △선사 경영개선 △산업간 상생 지원 등 해운산업에 전방위로 관여하게 된다.
특히 △자산투자 △투자보증 등 정책패키지를 상황에 맞게 구성해 자금운용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여러 기관에 분산됐던 기능 및 다양한 지원방안을 연계해 원스톱(One-Stop)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 기대와 달리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해양금융종합센터, 해양보증보험 등 해운업 발전을 위한 여러 장치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사례를 지적하고 있다.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은 “해양금융종합센터, 해양보증보험을 설립했지만 위기극복에는 미흡했다”며 “그동안 정책금융기관이 국적선사보다는 해외선사 지원으로 국적선사 경쟁력 악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이 지난 2008년 이후 머스크·CSAV·스콜피오 등 글로벌 해외선사에 124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국내 국적선사는 26억 달러에 그쳤다.
김 부회장은 “해양진흥공사 자본금이 5조원인데, 10조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의 국적선사 선박금융 비중도 10%에서 50%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치권과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자, 해수부와 공사는 부담이 가중된 모습이다. 일단 정부 부처간 조율이 관건이다. 자칫 첫 단추도 꿰기 전에 부처간 엇박자로 해운재건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공사 설립을 자신의 최고 성과라고 꼽으면서도 그동안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김 장관은 “해양진흥공사 설립은 이미 5년 전에서 실패한 사업이었다. 이번 정부에서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가 반대하는 사업 중 하나”라며 “이 반대를 돌파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공사가 설립되면 가장 먼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원양선사는 중국과 일본처럼 구조조정을 통해 ‘원팀’으로 재편하고, 12개로 쪼개진 근해선사는 2~3개로 통합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설훈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월 해운산업 정책세미나에서 “우리 해운업은 2개 원양선사와 12개 근해선사가 과당경쟁을 하는 양상”이라며 “원양선사는 하나의 글로벌 메가캐리어로 육성하고, 근해선사는 2~3개로 재편해 역할분담과 상호협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정기 3사가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위기감 고조로 통합 절차를 밟으며, 회생에 성공했다. 통합으로 연간 1100억엔(한화 1조2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일본 선사와 화주는 상호 신뢰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며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설 의원은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부처별로 통합법인에 대한 세제 및 일감지원, 금융차임금 상환기간 연장 및 금리인하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해양수산부는 화물우선적취권제도, 선주협회는 우수선화주 인증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