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 시행] ⑩ 美 실리콘밸리에 강제하면…구글·애플도 ‘위기’

2018-06-27 00:45
높은 연봉·복지 누리면서도 긴 노동시간 감수하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들
"하루 8시간 이상 일하지 말라고 했다면 여러 프로젝트 실패했을 것"

전준희 유튜브 엔지니어링 디렉터가 지난 5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본사 사옥에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구글에서 일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구글 제공]


세계 최대 첨단 산업 단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할 경우, 구글과 애플·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도 위기를 맞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IT 시장에서 무한 경쟁은 필수적인데, 근무를 주 52시간으로 강제 단축하게 되면 살아남을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7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전준희 유튜브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한국의 주 52시간 근무제도 도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주 52시간 근무를 적용하면 개인은 물론 회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이곳에서 법으로 하루 8시간 이상 일하지 말라고 했다면 여러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구글과 애플·아마존 등 직원들은 높은 연봉과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다양한 복지를 누리면서도 새로운 서비스 개발과 출시 과정에서는 긴 노동시간을 감수하고 있다. 주말 출근은 물론, 퇴근 후 집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들은 미국 노동법상 ‘시간 외 수당 면제직원(Exempt Employees)’으로 분류돼 노동시간에 제약이 없다.

전 디렉터는 “일과 삶의 균형은 일하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에 방점을 둬야 한다. 균형은 인생에서 무엇에 더 집중할 시점이냐에 따른 개인 선택의 문제”라면서 “프로젝트에 몰두하느냐, 승진에 집중하느냐,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느냐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고 이것이 구글이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주 52시간 근로를 지키면서 프로젝트 성공이 사실상 어려운 IT 업계의 특성을 고려, 정부가 선택·탄력 근무제를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연장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명준 건국대 교수는 “포털과 게임 등 IT 산업은 일반 산업과 달리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면서 “이 같은 업계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국내 IT 산업의 미래가 어두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