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선임 의혹③] 정권 교체 때마다 사퇴…반복되는 수난사
2018-06-20 18:30
박태준 초대 회장, YS와 '불화'로 사임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4명 사퇴 반복
'박근혜 정부 임명' 권오준도 사임 의사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4명 사퇴 반복
'박근혜 정부 임명' 권오준도 사임 의사
1968년 포항제철(포스코의 전신)을 설립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권오준 회장까지 포스코는 총 8명의 회장을 배출했다. 그러나 이들 8명 모두 정권과의 불화 등 이유로 임기를 남기고 물러났다.
역대 사례를 보면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권 교체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포스코 초대 회장이자 최장기 재임자(1968년 4월~1992년 10월)였던 '한국의 철강왕' 고(故) 박태준 회장은 정치권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김영삼 당시 대통령 후보와의 불화로 사임했다.
이후 김영삼 정부 2년 동안 포스코는 회장이 3번(박태준→황경로→정명식→김만제)이나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황경로(1992년 10월∼1993년 3월)·정명식(1993년 3월∼1994년 3월)·김만제(1994년 3월∼1998년 3월) 전 회장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거나 가까스로 채웠다.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그의 후임인 유상부(1998년 3월∼2003년 3월)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 사퇴했다.
2000년 9월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된 이후에도 유상부 전 회장을 포함해 4명이 '정권 교체 뒤 사퇴'를 반복했다.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1월)은 2007년 봄 한 차례 연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1년 뒤인 2009년 초 정치권 외압 논란 와중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말부터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섬에 따라 결국 사퇴 수순을 밟았다.
이 전 회장은 "외압이나 외풍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권 차원의 외압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은 권오준 회장과 비슷한 경로를 밟다가 사임했다.
정 전 회장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국빈만찬과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 베트남 국빈방문 사절단 등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 행사에서 배제됐다.
또 국세청이 서울 포스코센터, 포항 본사, 광양제철소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착수했는데, 사퇴 압박용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 전 회장은 사임 결정에 외압이나 외풍은 없다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이런 해명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 전 회장도 2013년 11월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할 당시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1년 4개월가량 남겨둔 상태였다.
이후 정 전 회장은 포스코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됐지만, 작년 11월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014년 3월 8대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한 권오준 회장도 지난 4월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박근혜 정부 때 취임한 권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방미 경제인단 등 대통령 행사에서 계속 배제됐고 그럴 때마다 CEO 교체설이 제기됐다.
포스코가 권 회장의 지휘 아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단행했고, 작년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사임할 다른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아울러 권 회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임했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권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으로 이미 수사를 받았으며 시민단체의 고발과 언론의 자원개발 비리 의혹 제기 등으로 추가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