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관용 이민정책 비판여론에 "독일 봐라"..독일 '황당'

2018-06-19 11:23
트럼프 트위터 "독일 범죄 증가..독일 리더십 흔들려"
도이체벨레 "2017 독일 범죄는 오히려 감소"

[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무관용 이민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에 맞서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제물로 삼았다. 난민 포용 정책을 펼친 독일에서 범죄가 늘어나고 리더십이 흔들린다고 주장한 것. 독일 매체들은 가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로 “독일의 이민문제가 안 그래도 허약한 베를린 연정을 뒤흔들면서 독일인들은 리더십에 등을 돌리고 있다. 독일에서 범죄는 껑충 뛰었다. 유럽은 고유의 문화를 강하고 거칠게 변화시키는 수백만 사람들을 받아들이면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유럽에서 이민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다!”라는 트윗을 추가했다. 
 

[사진=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운동 당시에도 메르켈 총리의 이민자 포용정책은 “미친 짓(insane)”이라면서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취임 후에는 독일을 향해 무역적자와 방위비 분담금을 문제 삼긴 했지만 이민 문제로 독일을 비판하는 것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이민정책을 두고 초당적으로 비판이 커지자 독일의 이민정책을 다시 걸고 넘어졌다. CNN과 NBC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18일 멕시코 국경의 불법이민자 격리시설의 열악한 실태를 방송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의 비인도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도 나서서 불법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시키는 정책을 비판했다. 

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매체는 독일의 2017년 범죄건수는 전년비 약 10% 떨어졌으며, 비독일인 범죄건수도 22% 줄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독일에 거주하면서 난민 지위를 기다리는 이라크와 시리아인들의 경우 다른 외국인에 비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실소를 터뜨리는 베를린 시민들의 영상도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독일 중도좌파 사민당의 롤프 뮈젠니히 의원은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내 정치적 논의를 우파 보수주의와 포퓰리즘의 편으로 몰아가려고 한다”고 지적하면서 내정 간섭을 경고했다. 

다만 최근 메르켈 총리가 난민문제를 둘러싸고 대연정 내에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주에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과 자매당인 기사당이 갈라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기사당의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메르켈 총리에게 강경한 난민정책을 요구하면서다. 

제호퍼 장관은 난민이 EU 내 다른 국가에 망명을 신청했거나 신분증이 없으면 독일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하려 했지만 메르켈 총리가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메르켈 총리는 EU 차원에서 난민 정책을 공동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르켈 총리가 제호퍼 장관을 경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일단 제호퍼 장관은 이달 28~29일 EU 정상회의까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EU 정상회의에서 EU 차원의 난민정책 개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