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장 잡아라" FTA협상 요구나선 재계

2018-06-19 08:47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제공= 신화통신]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 러시아 국빈 방문을 앞둔 가운데 재계가 성장잠재력이 큰 러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금광을 찾아 미국 서부로 향한 골드러시에 빗댄 '콜드러시'(Cold Rush)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러시아가 포함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제조업, '메이드인 코리아'가 최고"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조사기관인 OMI가 조사한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에서 7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사업 부문별로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을 포함한 생활가전이 2009년부터 9회 연속, 스마트폰은 5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34%의 점유율로 샤오미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은 러시아에 공장을 운영하고 러시아판 뉴스룸을 신설하는 등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들어 4월까지 브라질·러시아·인도·멕시코 등 4대 주요 신흥시장에서 총 42만7408대의 자동차를 판매, 전년 동기(37만1213대) 대비 15.1% 증가했는데, 이 중 러시아 실적이 30.1% 늘었다. 이는 브라질(14.0%), 인도(6.3%), 멕시코(19.0%) 등과 비교할 때 최대 5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러시아 내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도 역대 최고치인 23.3%까지 치솟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對)러 10대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에만 14억6000만 달러(약 1조6138억원)가 수출돼 전년보다 53.5% 급증했다.

올해에는 대러 수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2.5%, -0.2%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한 러시아가 향후 3년간 1.5~1.8%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10대그룹 고위 임원은 "러시아에서는 제조업하면 '메이드인 코리아'가 최고라는 인식이 퍼져있다"면서 "러시아 경제성장의 영향을 받아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AEU와 FTA 서둘러 체결해 유라시아 시장 선점해야
재계는 오는 21일 진행되는 한·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들이 경제 부문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내놓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양국 간 분위기가 좋은 만큼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러시아는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균형있는 국토 및 경제발전,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신동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경제 신성장동력 확보와 한반도 평화 구축이 목표인 '신북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재계는 하루라도 빨리 EAEU와 FTA를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AEU에는 러시아를 주축으로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 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는 바이오·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 수요가 커 이 부문에 강점이 있는 우리 기업들에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김현수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러시아가 대외교역의 무게중심을 기존의 유럽에서 아태 지역으로 옮기면서 우리 기업들에게 기회가 생기고 있다"면서 "EAEU와의 속도감 있는 FTA 추진을 통해 중국, 인도 등 경쟁국들에 앞서 유라시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