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의 해외투자 ABC] 동북아 슈퍼그리드 門 열리나

2018-06-13 13:09
北美 정상회담으로 동북아 국가 전력망 잇는 슈퍼그리드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주목하라."

북·미 정상이 12일 '세기의 회담'을 마쳤다. 상상하지 못했던 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면서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물꼬도 트였다.

13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한·중·일과 러시아, 몽골 등 국가 간 전력망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친환경 에너지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이 사업은 러시아의 수력과 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 몽골의 신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남북경협주의 한 축인 에너지 분야의 핵심으로도 꼽힌다. 총 투자 비용은 32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일부 구간을 착공할 예정이다. 중국·몽골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나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도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전은 '러시아∼북한∼한국'을 잇는 1단계 사업을 비롯해 '러시아∼북한∼한국∼일본', '중국∼한국' 등을 잇는 단계적 사업을 검토 중이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의 러시아 육로 운송 등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착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북한 협력 여부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이 사업에 동참한다면, 전력망은 육상으로 바로 연결할 수 있다. 공사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유진투자증권은 한국을 비롯해 몽골·러시아·중국·북한·일본의 전력 계통이 통합한다면, 시장규모가 오는 2030년까지 1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북한도 전력난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북한이 경제난에 빠진 이유에는 정치적 요인 외에도 전략공급 부족이 한몫하고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발전소 용량은 7.5기가와트(GW)로 한국의 7%에 불과하다"며 "1인당 전기사용량도 1메가와트시(MWh)에 그쳐 전력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한 전력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북한의 전력사용량은 우리의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인구는 2940만명으로, 남한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도 146만원으로, 남한(3198만원) 대비 5% 규모에 불과하다.

눈여겨볼 부분은 북한의 최근 전기판매량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전기판매량은 20%로, 경제성장률(4%)의 5배에 달한다. 황 연구원은 "북한의 1인당 소득이 10배 증가한다면, 발전설비용량은 48GW, 송전선로는 2만700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전력계통의 주파수는 동일하지만 계통전압이 다르게 구성, 발전소와 송전선로 건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으로 북한에 매장된 풍부한 광물자원, 탄광의 효율화 추진, 전력 송전망, 배전시설 구축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 러시아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도입, 노후 발전소의 개보수 등에서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등이 각각 수혜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