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지금] 6·12 정상회담 숨가쁜 하루…"역사적 만남 감격스럽다"
2018-06-12 21:14
전세계가 주목했던 북·미 정상회담이 치러진 하루는 숨가빴다. 새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 주변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으며,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두 정상의 출발 현장을 담았다. 회담이 시작된 이후에도 센토사 섬 곳곳에서 취재진들은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날 오전 8시와 8시 10분을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숙소를 떠나 회담장인 센토사 섬으로 떠났다. 이날 센토사 섬 전체는 통제 구역으로 지정돼 경찰을 비롯한 많은 보안 요원들이 배치됐다. 차량 통제가 일부 이뤄지기는 했지만, 도심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모노레일은 운영이 되어 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섬에는 관광객들의 출입도 허용됐으며, 섬 내부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정상운영됐다.
이날 양국 정상이 만나는 모습은 전세계에 생중계 됐으며, 기자들이 모여서 취재하고 있는 미디어센터에도 생중계됐다. 미디어 센터에서 기자들은 라이브로 두 정상이 만나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휴대폰이나 영상 카메라로 중계 모습을 찍었다. 특히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손을 맞잡는 순간에는 휘파람을 불거나 작은 탄성을 내는 기자도 있었다. 미디어 센터 내의 기자들은 양국정상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했으며,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중계되는 내용에 집중하기 위해 생중계 영상이 나올 때는 미디어 센터 전체가 오히려 매우 조용해지기도 했다.
이날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회담이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하면서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양국 정상은 이날 산책을 할 때 통역 없이 둘만 함께 걸어갔으며, 이어 차량을 오르는 듯하다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에서 실무진에게 몇분간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모습을 보였다. 산책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영어로 대답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걷는 내내 길에서 무언가 간단히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세계 미디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하는 장면이다. 취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 하나에 주의를 기울였으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등을 만질 때 놀라운 듯 웃는 취재진도 많았다. 양국 정상은 이날 현지시간 오후 1시 45분께 정상회담 합의문에 성명했다.
이날 서명 테이블에 앉은 양국 정상은 회담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에 나서 "이번 합의문 내용은 깊이 있는 내용이며, 포괄적인 내용이다"라고 밝히면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매우 만족스럽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서명으로 북한은 물론 한반도 전체와 미국과의 관계는 과거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지에서도 뜨거운 관심···"세계 평화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일"
이스라엘에서 오렌 나하리 (Oren Nahari) 기자는 한국 정부가 마련한 미디어 센터를 찾았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시각이 매우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한국 미디어센터에 왔다. 외신기자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시각으로 한반도 문제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의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여기에서 만난 한국 기자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다소 과하다고 본다. 한국인들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덜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과연 김정은이 비핵화를 할 준비가 되었는지, 한다면 얼마나 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에서도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다. 이스라엘은 북한의 행동을 이란과 겹쳐서 보고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 이뤄낸 성과는 이란에게도 유효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 회담의 성사여부로 이란의 핵 폐기를 재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온 기자는 익명을 요구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만난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지만, 두 정상 모두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다보니 주목 받는 것 같다. 여타 지도자들과 달리 정형화된 사고를 하지 않는다. 특히, 김정은이 무얼 기대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만나지만, 어느 날 하루아침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현지 교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몰렸다. 싱가포르 한인회 회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회담이 이곳에서 열리다보니 교민들이 반가워한다. 지난 5일동안 외신들도 취재를 많이 왔다. 오늘도 아침부터 교민들하고 같이 정상회담 시청하려고 했는데 외신 70~80명 정도가 취재했다"면서 "어제밤에 싱가포르 시내 투어 나서는 것을 보고 정상회담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식당에서 근무하는 김진아씨도 "이번 회담에 대해 모두들 관심이 많다"면서 "싱가포르 사람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곳을 찾았다는 것 자체에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한인회에서 배포한 정상회담 관련 포스터는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곳곳에 붙어있어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