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기에 통상갈등 키운 G7 정상회의(종합)

2018-06-10 15:50
트럼프 "공동선언 승인 안 해"…통상갈등 악화일로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틀째인 9일(현지시시간) 회원국 정상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미국과 주요 6개국의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며 글로벌 무역전쟁의 전운을 더 짙게 만들었다. 주요국의 통상갈등이 세계 경제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만 커졌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G7 정상들은 이날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이틀간의 정상회의 끝에 관세장벽 등 보호무역을 배격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시스템에 기반한 규칙에 따른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이익이 되는 무역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세·비관세 장벽, 보조금을 줄여나가기로 했다는 게 골자다.

G7 정상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G7 정상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 자체가 의외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나머지 6개국의 통상갈등이 워낙 심해 공동성명조차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때는 물론이고 취임한 뒤 줄곧 철강·알루미늄 폭탄관세 등 자신이 내놓은 반무역 정책을 놓고 주요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관세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바뀌는 듯 했다. 트럼프는 G7을 무관세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문제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그가 미국 우선주의를 고집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미국산 유제품에 대한 캐나다의 관세 등을 거론하며 G7의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무역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장벽을 낮추지 않는 나라와는 무역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G7 정상회의 폐막 직후 트위터에 "공동선언을 승인하지 않도록 미국 대표단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 넘쳐나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검토 중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동맹국을 상대로 강행하기로 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폭탄관세 부과 조치에 더해 수입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발언을 빌미로 삼았다. 정상회의 중에 얌전히 있던 트뤼도 총리가 자신이 떠난 뒤 가진 회견에서 "미국의 관세는 모욕적"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고 12일에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일련의 트윗(트위터 게시글)은 싱가포르로 가는 전용기에서 올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트뤼도 총리의 발언은 '가짜'라며 미국 농부, 근로자, 기업들을 상대로 막대한 관세를 물리고 있는 게 바로 캐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차별대우 당하지 않겠다'고 말한 트뤼도 총리는 부정직하고 약해빠졌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폭탄관세에 대해서는 "캐나다가 미국 유제품에 270%의 관세를 물린 데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FT는 트뤼도 총리의 발언에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이 G7이 어렵게 이룬 화합을 망쳐버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EU가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들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번 G7 정상회의가 오히려 미국과 다른 6개국의 분열을 가속화하는 온상이 된 셈이다. 외신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이 이른바 'G6'과 견해차가 크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G6 등 주요국이 지지하는 이란 핵협정,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도 일방적으로 발을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