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터프라이즈] 두산, '디지털 혁신·신사업 개척' 탄력 붙었다

2018-06-10 19:24
CDO·기술전문위원회 출범...그룹문화 전반 혁신 핵심 역할
박정원 회장 "한발 앞선 사업화로 신성장동력 사업 시장 선점 노력" 주문
두산중공업 'ESS'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 포트폴리오 다양화 시도 주효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 제공= 연합뉴스]


두산그룹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제조업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전소 플랜트와 건설기계 등 사업부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디지털 혁신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신사업의 개척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디지털 기업문화 정착에 온 힘
10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차별화된 ICT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는 디지털 기술 및 데이터를 융합해 업무협업을 활성화하고, 사업시너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다.

앞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것까지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적 시도가 있어야 한다"며 "이런 시도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혁신적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기업문화가 그룹 전반에 자리 잡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이끄는 것은 '최고디지털혁신'(CDO) 조직이다. 두산그룹 곳곳에 디지털 기업문화를 확산시켜 디지털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지난해 신설됐다. 

CDO는 그룹의 중장기 사업 전략에서 지원부서가 아닌 주요 주체로 참여한다. 사업 성장 및 수익성 확대를 위해 핵심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첫 CDO장에 오른 형원준 사장은 최근 직접 두산그룹 계열사 공장을 둘러보며 관련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은 지난 2월 디지털 기술전문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여기에 참여하는 두산 계열사 임직원만 8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서비스 개발, 인공지능(AI), ICT 플랫폼, 공장자동화 등 공통의 기술 요소를 도출하고 기술 교류를 통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창출한다.

그룹 전체가 '디지털 기업문화 정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경영 환경과 시장 흐름이 바뀌고 있고, 이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선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새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사업 적극 진출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2017 로보월드 전시회'에 참석해 두산 협동로봇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 제공= 두산그룹]


두산그룹은 신규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은 지난해 9월 협동로봇 시장에 진출했다. 2015년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하고 불과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두산그룹이 공격적으로 영입한 업계 최고 수준의 연구진과 개발자는 4개의 협동로봇 모델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이에 힘입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수원에 연간 최대 생산량 2만여대 규모의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6년 14조5430억원에서 오는 2022년 22조 9310억원으로, 연평균 8%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협동로봇은 연 평균 약 68%대 고속 성장해 2016년 전체 산업용 로봇 중 2%에 불과하던 비중이 2022년 29%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두산그룹 행보의 중심에는 박정원 회장이 있다. 박 회장은 "기존 사업에서는 경쟁사에 앞서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개척하고, 신성장동력 사업들은 사업화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해 왔다.

실제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한발 앞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지난 2016년 미국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원에너지시스템즈(두산그리텍)를 인수해 업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보유했다. 

ESS는 전략 사용량이 적은 시간에 배터리에 전기를 비축해뒀다가 사용량이 많은 시간에 전기를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설비로, 오는 2025년이면 세계 시장 규모가 1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국내에서 태양광과 연계한 ESS 사업을 펼치고, 최근 미국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건설장비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도 마찬가지다. 기존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대폭 개선한 '두산커넥트'를 중국, 유럽, 북미에 이어 국내에도 본격 출시했다. 작업 중인 굴삭기 위치와 가동 상황, 엔진·유압계통 등 주요 시스템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고, 작업장 관리 및 장비 운영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런 서비스를 전세계 주요 시장에 제공해 고객 가치를 높이고, 수익성 증대로 이어지게 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대처하는지가 그룹의 존립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경영진의 디지털 혁신 추구 등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열린 자세가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