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확전 우려 확산...세계경제·증시 '비상등'
2018-06-07 10:35
트럼프 관세폭탄에 美증시 시총 1.25조달러↓…글로벌 무역 금융위기 수준 위축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무역 행보를 둘러싼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발 무역갈등이 이미 글로벌 증시를 강타했다는 분석 속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후폭풍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빅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노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무역 전략과 발언이 지난 3월 이후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조2500억 달러(약 1338조7500억원)를 무너뜨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무역 행보와 관련한 소식이 미국 증시의 주가를 약 4.5%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콜라노빅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재정부양책 규모의 약 3분의2를 이미 비용으로 치른 셈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의 역풍은 세계 증시에도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면 세계 경제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세계은행은 지난 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관세가 합법적인 범위에서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면 국제 교역이 9% 쪼그라들 수 있다며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2009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특히 신흥시장과 농업·식품가공 부문의 타격이 클 것으로 봤다.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있을 수 없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관세를 비롯한 무역장벽을 경쟁적으로 높이면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인 무역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한 예로 미국이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하며 촉발한 세계적인 무역전쟁은 대공황을 더 고통스럽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위기 이후 무역 성장세는 이미 크게 둔화했다. 각국이 금융위기로 피폐해진 자국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무역장벽을 높인 탓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이 새로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수는 18년 만에 가장 적었다.
유엔은 지정학적 불안과 맞물린 무역갈등이 전 세계 투자지형에도 악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23% 감소했는데 반전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CNBC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따른 국가부채 급증,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에 무역갈등까지 맞물려 미국 경제가 2년 안에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이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망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폭탄관세 부과 조치를 강행했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도 반무역 정책의 표적이 됐다. 이들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보복 관세 부과 등 맞대응을 벼르면서 무역전쟁 확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G7이 'G6+1'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고립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8~9일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는 트럼프의 반무역 정책을 둘러싼 'G6+1'의 분열구도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