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특집] 트럼프 관심보였다는 넌-루가법(Nunn-Lugar Act)은?
2018-06-07 10:48
구소련 지역 비핵화 이끈 20년 장기 프로그램
회담 앞 트럼프 대통령 준비사항에 대한 우려도
회담 앞 트럼프 대통령 준비사항에 대한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본격적 준비에 나선 가운데,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백악관이 관심이 보였다고 알려진 넌-루가법(Nunn-Lugar Act)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구소련 지역 비핵화 이끌었던 프로그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샘 넌(Sam Nunn) 전 상원의원과 리차드 루가(Richard Lugar) 전 상원의원을 만나 이들이 1991년에 발의해 구소련 지역의 비핵화를 이끌었던 넌-루가법(Nunn-Lugar Act)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전했다.
이들 두 상원의원들은 지난 4월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을 통해 넌-루가법(Nunn-Lugar Act)이 북한 비핵화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국 비핵화 합의가 이뤄진 이후 구체적 이행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프로그램을 써야한다고 그들은 지적했다.
넌-루가법은 소련 붕괴 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 생화학무기와 핵시설, 핵물질을 폐기와 처리를 위해 미국이 기술적, 재정적 지원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라서 미국은 지난 1991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150억~200억 달러를 재정을 들이고, 비핵화 기술을 제공하면서 이 지역에서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게 이뤄지도록 했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에서 국제안보정책부차관를 맡았으며, 이후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는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애쉬턴 카터 역시 지난 2004년에 일찌감치 넌-루거 방식의 비핵화 가능성에 주목한 바 있다. 그는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넌-루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4년 당시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예방방어 정책 (Preventive Defense)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카터는 미국 상원위원회 외교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넌 -루거 방식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방식으로 북한의 핵해체를 할 때 합리적 ‘당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악행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주장해온 미국이 비핵화 문제에 있어 북한에 눈에 보이는 보상을 하기는 어렵지만, 대신 중국, 일본, 러시아가 보상하게 할 수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에 불가침 약속을 하고 핵무기 해체지원은 넌-루거 프로그램을 통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입장에서 이것은 북한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자국의 안보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위협 감축 협력프로그램' 혹은 '카자흐스탄 모델'로 알려진 이 방식이 북한 비핵화에 적용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회담을 앞두고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 트럼프 대통령 회담 준비상황에 미국 내에선 의구심 계속
한편,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은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콘웨이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의 다른 주요 정상회담을 위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준비한다"면서 "대통령은 엄청나게 많은 문서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충 하고 있지 않다.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깊이있게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대통령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어떤 방식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면서 백악관이 세기의 회담을 앞두고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실제로 북한과의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부 장관은 지난 달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핵무기 관련 기술적, 전문적 지식이 상당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자신이 어떤 상대와 마주 앉는지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